[이제는 분권이다] (3) 재미있는 지역 이야기
세계적 기업 3만여개 입주국가 경쟁력 지방서 나와 낮은 법인세 등 편의 제공
성남시 저출산 대책 '눈길'무상 공공 산후조리원 운영 전략 산업 육성·주거 지원

'지방충'이니 '지잡대'니 헛소리하는 서울 사람들 한방 먹일만한 재미있는 지역 이야기가 있다. 들으면 "아하! 앞으로는 지역이 정답이구나" 싶을 이야기다. "무슨 근거로 그런 이야기를 하나?" 하는 분들이 계실 거다. 그 근거는 모델이 된 두 도시 이야기 앞 부분에 달았다. 패기 넘치는 두 도시 이야기에 지역의 미래가 있다.

'추크'는 스위스의 광역단체로 우리의 '도'에 해당하는 '칸톤'의 하나다. 추크를 재미있는 지역으로 강력 추천한 이는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그는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위원이다. 〈조선일보〉도 기획 '다가오는 지방분권시대-경제 발전 앞장서는 선진국 지방정부' 편에서 추크를 소개했다.

이 교수는 추천에 앞서 "청년 실업률이 11.2%에 달하는 현실에서 일자리 창출은 가장 절박한 시대적 과제다. 대통령의 첫 업무 지시가 일자리위원회 설치일 만큼 정부의 각오도 비장해 보인다. 그런데 일자리 정책이 성과를 거두려면 일자리에 가장 갈증을 느끼는 현장의 지방정부가 나설 수 있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스위스 추크 전경./추크시 공식 페이스북

그는 "국가경쟁력 세계 1위인 스위스는 경제와 일자리 문제를 대부분 지방정부가 주도하고 중앙정부는 측면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스위스에서도 일자리가 가장 풍부하고 잘사는 지역으로 추크를 꼽는다"며 본론을 꺼냈다. 이를 인용형식이 아닌 직설체로 옮긴다.

추크는 주민이 12만 명에 불과하다. 2014년 기준으로 추크의 기업은 3만1000개, 일자리는 10만5000개에 달하며, 1인당 국내총생산은 스위스 평균의 2배인 15만 스위스프랑에 이른다. 1 스위스프랑이 1120원 안팎으로 달러 환율보다 조금 높으니까 15만 달러 수준으로 보면 된다. 이 교수가 그 이유를 물었더니 주도(州都)인 추크시 시장은 "법인세가 특히 낮다"는 점을 내세웠다. 스위스의 법인세율은 연방세와 지방세를 합해 평균 17.9%로 다른 나라보다 낮지만, 추크의 법인세는 더 파격적이다. 우대 기업 법인세는 8.6∼9.6%에 불과하고, 일반 기업은 14.6%다. 그중 8.5%인 연방법인세를 제외하면 추크의 지방법인세는 0.1∼6.1%에 불과하다.

낮은 세율에 매력을 느낀 세계적 기업들이 추크로 본사나 지사를 옮겼다. 미국 제약그룹 존슨앤드존슨, 독일 전자제품사 지멘스, 글로벌 식품기업 네슬레 등이다. 1975년에 3900개(3만5000명 고용)였던 기업 숫자가 2010년 이후 3만1000개(8만3000명 고용)로 늘었다. 추크는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기업의 요람이기도 하다. 금융 서비스 승인 과정을 대폭 단축해 관련 기술 업체의 70%가 추크에 둥지를 틀었다.

추크시 시장은 여기에 "정치가 안정되고, 원스톱 행정으로 기업 편의를 제공하고, 교통이 편리하고, 국제학교를 여러 개 설치해 교육 여건을 개선하고, 환경과 여가 활동 등 삶의 질을 높였다"는 점을 덧붙였다. 지루하게 들리지만, 실제로 이런 도시는 찾기 어렵다.

스위스가 국가 경쟁력 1위인 것은 추크처럼 지방정부가 경제를 주도하기 때문이다. 지방정부가 법률을 직접 제정(자치입법)하고, 세목과 세율을 직접 결정한다. 지방정부가 필요한 법률을 직접 제정해 정책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방정부의 손발을 풀어주는 것이다. 반면, 우리는 법인세를 중앙정부가 독점하고 있다. 지방정부가 규제를 완화할 수도 없고, 주민에게 의무를 부과할 수도 없다.

스위스 추크에 있는 독일 전자 제품사 지멘스./추크시 공식 홈페이지 캡쳐

이게 무슨 말인가? 설명은 지난 기획에 소개한 마스다 히로야의 〈지방소멸〉에 실렸다. 지방정치의 모범을 통해 꼬리를 잡아, 몸통이라 할 한국사회 전체, 민주주의 현실, 국민 삶과 인식을 바꾼다는 것이다. 성남시 이재명 시장이 내세운 구호다. 이 책이 성남시 사례를 소개한 이유가 있다.

2010년 7월 취임 당시 전임 시장의 호화청사 건립, 도로 확장, 주거환경개선사업에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면서 심각한 재정 위기를 맞았다. 당시 이재명 시장이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을 선언했던 사실은 유명하다. 이후 성남시는 2014년 1월 모든 채무 청산과 함께 모라토리엄 극복을 선언했다. 이는 정부가 '지방재정위기 사전경보시스템'을 도입하는 계기가 됐다.

〈지방소멸〉이 성남시를 소개한 주된 이유는 저출산 문제 극복대책 때문이다. 2014년 한국의 출산율은 1.18로 추세대로라면 70년 후 인구는 지금의 절반인 2500만 명으로 줄어든다. 성남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무상 공공 산후조리원'을 운영한다. 한 아이당 평균 300만 원이 넘는 산후조리원 이용료는 출산의 또 다른 부담이다. 정책 도입을 놓고 2005년 성남시와 정부는 대립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지역형평성을 들어 불수용 입장을 밝혔다. 권한의 독점은 중앙정부의 전유물이지만, 권한의 확대와 확보는 지방정부의 몫이다. 성남시는 그 제약을 뚫었다.

2015년 당시 무상공공산후조리원 추진으로 정부와 대립했던 이재명 성남시장. /성남시

2013년 경남도 홍준표 지사의 진주의료원 폐쇄에 대비되는 게 성남시의 공공의료 강화다. 공공의료 비중은 OECD 평균이 75%인 반면 우리는 10%를 밑돈다. 성남시의료원을 중심으로 100만 시민주치의사업, 무상공공 산후조리원 운영, 민간 산후조리원 비용지원 등을 추진했다. 또, 100세 건강시대를 위해 100만 시민주치의제를 추진하고 있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서는 출산가능 부모의 안정적 일자리 확보가 핵심이다. 성남시의 고용률은 타 자치단체보다 높다. 판교테크노밸리를 중심으로 관련 기업은 물론, 벤처기업 수가 1000개가 넘는다. 법인 수도 1976개로 전국 50만 이상 도시 중 가장 많다. 이를 수도권 인프라로 일방 간주할 수는 없다. 성남시의 '전략산업 선정'과 '산업별 클러스터 육성'에 힘입은 결과다.

출산을 두렵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인은 주거문제다. 성남시는 무주택 서민의 주거안정과 판교테크노밸리 등 산업단지 인력 유인을 위해 1만호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또, 청년들의 기본소득 보장을 위해 선투자 개념의 '청년배당'을 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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