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꿈 이루고 새로운 꿈 찾았죠
직장인 일상 활력소 찾고
청소년 전공 바꾼 계기도

막이 내린 무대 뒷모습을 여러분에게 전합니다. 공연에서 보지 못한 소소하지만 의미있는 이야기를 만나보시죠.

지난 27일 경남뮤지컬단 <페임> 공연이 열린 창원 성산아트홀 소극장. 오후 4시, 7시 30분 2회 공연 모두 객석이 가득 찼다. 아마추어이기에 연기력이 조금 아쉽긴 해도 노래와 춤 등 퍼포먼스는 프로 못지않았다. 공연이 끝난 후 객석에서 배우 3명을 만났다.

◇"의욕은 넘치는데 몸이 안 따라주더라고요" = MBC경남 아나운서 출신으로 스피치학원 원장으로 유명한 박봉식(61·창원시) 배우는 예순을 넘긴 나이에 뮤지컬 무대에 데뷔했다.

"어릴 적부터 춤, 노래를 무척 좋아했어요. 아나운서가 되는 바람에 연극도, 뮤지컬도, 가수도 할 기회가 없었어요. 그래도 항상 그쪽으로 곁눈질을 했었어요. 경남뮤지컬단이 이번 공연에는 성인 배우도 쓴다고 해서 과감하게 도전했어요. 극중 세인코프라는 음악 교사가 있는데, 저랑 딱 맞는다며 캐스팅됐죠."

하지만 뮤지컬 배우라는 게 의욕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었다. 연기는 둘째 치고 춤과 노래를 젊은 친구들과 맞추는 게 쉽지 않았다.

"제가 중고등학교 때 발레랑 한국무용을 했어요. 나름 잘했어요. 이렇게 경험이 있으니까 자신 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생각처럼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깨달았죠. 모든 게 다 때가 있다고요. (웃음)"

박 원장에게 이번 무대는 잃어버린 어릴 적 꿈을 되찾은 것과 같았다.

"공연을 하고 나니 굉장히 기쁘고 행복한데, 또 한편으로는 부끄러워요. 춤하고 노래를 잘 못하니까. 그래도 예순 넘어서 버킷리스트 하나를 이뤘어요. "

◇"부산까지 가서 하다가 경남에서 할 수 있어 감사하죠" = 창원에서 직장에 다니는 이진석(31·창원시) 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부산에 있는 뮤지컬 동아리에 다녔다. 뮤지컬을 하고 싶어도 경남 지역에서 일반인이 참여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타고난 춤 솜씨를 지닌 타이론 역을 맡아 열연했다.

"지난해 부산 뮤지컬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공연을 두 번 경험했어요. 그런데 부산까지 가서 연습하고 공연하고 하는 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창원에는 없나 하고 인터넷으로 검색하다가 우연히 경남뮤지컬단에서 공연하는 걸 알게 돼서 지원했어요."

그는 공연을 석 달 정도 앞둔 11월에야 경남뮤지컬단에 합류했다. 그가 누구보다 열심히 해야 했던 이유다.

"힘들었지만, 재밌었어요. 사실 이런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저에겐 엄청나게 감사한 일이죠. 앞으로 기회만 된다면 뮤지컬을 계속하고 싶어요."

왼쪽부터 뮤지컬 < 페임 > 배우 박봉식 씨, 김예슬 양, 이진석 씨. /이서후 기자

◇"무대에 서니 오히려 연습할 때보다 안 떨렸어요" = 극 중에서 도도한 무용과 여학생 아이리스 역을 맡은 김예슬(16·창원시) 양은 실제로도 발레를 하는 학생이다. 김 양은 올해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있는 한림연예예술고등학교 뮤지컬과에 입학할 예정이다. 예술 쪽으로 제법 이름이 난 곳이라고 한다. 원래는 연기를 하는 쪽으로 지원했었는데, 이번 뮤지컬 공연을 계기로 전공을 바꿨다.

"원래 한림예고에서 연기를 배우려고 시험을 봤어요. 그런데 자기소개서에 뮤지컬 페임 연습한다고 쓴 것 때문인지 선생님들이 뮤지컬 쪽으로도 시험을 보라고 추천을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뮤지컬과에 합격했어요."

무대에 설 때가 편했다는 김 양은 무대 체질을 타고난 듯하다.

"어릴 때부터 오페라, 뮤지컬 무대 많이 했거든요. 중학교 입학하고 나서는 사춘기라서 그런지 무대에 서는 게 좀 쑥스러워서 안 했는데, 이번에 연습하면서 중학교 때도 많이 할 걸 하고 후회했어요. 이번 공연 연습할 때는 그렇게 오글거리고 쑥스럽고 그랬는데, 딱 무대에 서니까 제가 확 달라지더니 공연에만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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