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국무회의를 통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이 개정됐지만 해마다 폭등하는 임대료 인상을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임대료 증액 청구 한도의 하향 조정, 환산보증금의 대폭 인상이 골자인 이번 개정은 임차인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법 개정이 필요함을 알려주고 있다.

임대료 인상률 상한이 종전 9%에서 이번에 5%로 낮아짐에 따라 임대인이 임대료를 한꺼번에 5% 이상 인상하는 것은 위법이 되었다. 그러나 임대인이 법을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신고할 임차인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설령 임대인이 임대료 인상률 상한선을 지키더라도 다른 부분에서 임차인에게 부담을 물릴 여지도 크다. 정부가 임대인이 법을 어기거나 편법 행위를 할 가능성을 예측했는지 의문스럽다. 임대인이 개정된 법을 표면상으로는 지키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편법을 동원하는 것은 예전의 법 개정에서도 이미 드러났던 폐단이었다. 보증금과 세를 따져 법 적용 기준으로 삼는 환산보증금의 경우, 특별시, 광역시, 세종특별자치시, 과밀억제권역, 그 밖의 지역으로 다르게 적용하였다. '그 밖의 지역'에 포함된 경남은 1억 8000만 원에서 2억 7000만 원으로 올랐다. 인상 폭만 따지면 거의 100% 인상에 가깝다. 그러나 환산보증금 2억 7000만 원 이상의 임차인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상가임대차법 적용 대상이 아니게 된다. 소상공인 단체들은 영세한 임차인을 제외한 대부분은 이 법을 적용받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은 임차인을 보호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임대인의 이해를 반영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이번 시행령 개정에는 임대차기간 10년 이상 연장, 재건축·철거 시 임차인에게 보상금 지급 등 임차인들의 숙원도 반영되지 않았다. 임대인이 계약기간이 끝날 때마다 임대료를 크게 인상해 계약갱신을 포기하게 하는 행위를 근절하려면 임대차 기간을 크게 늘려야 한다. 높은 임대료는 경제 활력을 방해하고 사회양극화를 조장하는 골칫거리다. 정부가 이번 시행령 개정 이유로 내세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안정적 영업권 보장'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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