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는 신고 뒤 3분 만에 소방차가 출동해 신속히 인명구조와 진화작업을 펼쳤음에도 엄청난 참화를 가져왔다. 38명이 사망하고 151명이 부상을 당했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단일 병동의 화재치고는 믿기 어려운 참변이 아닐 수 없다. 숨진 환자들이 거의 질식사한 것으로 드러나 안타까움이 더하다. 원인은 불이었지만 화상이 아니라 호흡곤란으로 숨졌다는 것이다. 사망자 대부분이 고령자인 데다 중환자여서 뿜어져 나온 유독가스를 피해 재빨리 밖으로 나갈 수 없었기 때문에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당시 참상이 어땠을지 상상만으로도 그 정황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병실은 잠깐 사이 생지옥이 됐고 환자는 부지불식간에 변을 당했다.

고질병처럼 번져있는 안전불감증 문제가 대두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건축법상으로는 설치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스프링클러만 설치돼있었더라도 그처럼 많은 목숨이 억울하게 희생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늘 그렇지만 사고가 일어나면 사후약방문격으로 법적 미비점이나 관련 책임자들의 안전의무 준수 여부를 따지는 일이 되풀이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되기 일쑤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응급처방으로 일관하다 보니 언제 어디서 인재형 대형사고가 터질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세종병원의 화재가 그 연장선 위에 있는 것이라면 너무나 값비싼 대가가 아닐 수 없다. 이번에야말로 원인과 실상을 밝혀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소리가 거세지는 까닭이다.

그러나 당장 급한 것은 사고수습이다.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고 장례절차에 만전을 다하고는 있다지만 유족들이 겪어야 하는 비통함이 얼마나 깊을 것이며 주민들이 받는 충격 또한 예사로울 수 없다. 왜 이런 끔찍한 참사가 계속해서 일어나는 것인지 책임소재를 밝히는 것 못지않게 병원 측은 할 수 있는 모든 귀책적 소임을 다하여야 한다. 밀양시의 역할도 가볍지 않다. 슬픔으로 오열하는 유족, 그리고 고통받고 있는 부상자들을 위해 경남도와 연계한 자치단체 차원의 수습대책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빈틈없는 후속조처를 취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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