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세종병원 의료진 3명 숨져…유가족 "끝까지 환자 곁 지켰을 것”
김점자·김라희 간호사, 옛 일터서 당직보던 민현식 의사 참변

지난 26일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로 38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중 의료인 3명도 숨졌다. 3명의 의료인은 의사 민현식(59), 간호사 김점자(49), 간호조무사 김라희(37) 씨 등이다.

세종병원 2층 책임간호사 김점자 씨는 한평생을 환자와 함께하는 삶을 살았다.

유가족은 "환자와 결혼한 사람, 살아온 발자취를 보면 환자를 구하려다 변을 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가정형편 탓에 이루지 못했던 간호사 자격증을 지난 2015년 대구 한 대학에서 따고 세종병원에 입사한 2층 책임간호사였다.

김 씨 어머니는 "딸이 죽었는데 이게 다 무슨 소용이냐? 결혼도 안 하고 환자와 결혼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살아왔던 그간의 삶이 뭐라고…"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간호사 동생 ㄱ 씨는 "환자와 결혼했다고 할 정도로 병원 일에만 몰두했던 언니다. 30년간 의료업에 종사했던 언니가 싸늘한 주검이 됐을 때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충격이 컸다"고 말했다.

간호조무사 김라희 씨는 2011년 남편과 결혼하고서 밀양에서 생활해왔다. 화재가 발생한 날, 김 씨는 평소처럼 남편 배웅을 받으며 출근했다.

남편은 "결혼생활 6년간 매일 출근할 때마다 뽀뽀하며 잘 다녀오라고 인사할 만큼 서로 애틋했다"고 말했다.

남편은 출근하고 30분이 채 되지 않아 아내로부터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남편은 아내가 "자기 살려줘"라고 외쳤다고 했다. 남편은 집에서 500m 남짓 떨어진 세종병원으로 향했다.

오전 7시 35분께 병원에 도착했으나 이미 화염에 휩싸여 병원에 들어갈 수도 없었다. 남편은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남편은 "아내가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딴 뒤로 근무한 곳이 세종병원이다. 누구보다 대피로를 잘 알기에 못 빠져나온 것은 아닐 거다. 아마 다른 환자들을 구하다가 유독가스를 마셔 정신을 잃었을 가능성이 크다"라며 어렵게 말을 이어갔다.

특히 "올해나 내년에는 아이를 갖자고 자녀계획도 세웠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아내뿐 아니라 불의의 사고로 황망하게 사망한 유가족들이 많다"며 "정부가 이런 유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이 될 수 있게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사후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의사 민현식 씨는 밀양 행복한병원 소속 정형외과 과장이다. 그는 세종병원에서 근무했던 옛정에 야간당직을 서다 화를 당했다. 의사가 부족한 지방병원에서 응급실 당직 일손이 달리는 관계로 세종병원 응급실 당직의를 맡다 이번 참사를 겪은 것이다.

김진국 행복한병원장이 기억하는 민 씨는 '원칙적인 사람', '꼼꼼한 사람'이었다.

김 병원장은 "의료서비스 원칙주의자인 민 과장은 아무리 위급해도 환자를 팽개쳐두고 먼저 빠져나올 사람이 아니다"고 했다.

김 병원장은 지난해 3월, 환자를 잘 돌보기로 소문난 민 과장을 대도시권 정형외과 과장급보다 더 많은 연봉을 제시해 영입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곤 생각지 못했다고 했다.

김 병원장은 "타병원 당직근무를 자제해달라고 말렸지만 옛 인연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을 것이다.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갔을 것 같다"며 "뒤늦은 후회지만 끈질기게 막지 못해 참사 사고자로 남게 돼 병원장으로서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 과장이라면 의사로서 마지막까지 남아 환자 곁을 지켰고, 한 명의 환자라도 더 살리려 노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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