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세종병원 참사, 자진 대피 어려운 노인 많고 일부 '한쪽 손 결박' 화 키워

밀양 세종병원 화재는 38명이 숨지고 151명이 부상하는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뇌혈관질환과 노인성 질환 등으로 다른 사람 도움 없이 대피할 수 없었던 환자가 많은 상황에서 삽시간에 유독가스가 병원 안 전체로 퍼졌고, 환자 상당수가 신체보호대에 결박돼 있었던 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또한 화재 초기 진화에 필수적인 스프링클러가 없었던 점, 정전 때 가동돼야 할 비상용 발전기가 가동되지 않은 것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세종병원은 일반 환자를 진료하는 중형 병원이다. 하지만 지역 특성상 노인 환자가 대부분이었다. 더구나 병원과 옆 건물에는 같은 의료재단에서 운영하는 세종요양병원이 있다. 요양병원에서 악화한 환자는 일반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는다. 따라서 요양병원보다 세종병원에 있던 환자들이 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사고 당일 경찰이 확인한 자료를 보면 사망한 입원환자 발견 장소는 2층 19명, 3층 8명, 4층 8명 등이다. 이들 외에 의료진 3명도 숨졌다. 숨진 이들 연령대는 30대 2명, 40대 2명, 60대 4명, 70대 4명, 80대 17명, 90대 9명 등으로 60대 이상(34명)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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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이들은 대부분 연기 등을 마시고 질식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남경찰청 수사본부 브리핑에서도 "화재 초기 당시 단열재로 쓰인 스티로폼이 유독가스 발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고 했다. 경찰이 공개한 사고 당일 응급실 내부 CCTV 영상을 보면 30초가 지났을 무렵부터 응급실 내부에 연기가 가득 채워졌다. 정상인도 유독가스에 10~15초만 노출돼도 정신을 잃는다.

특히 숨진 환자 중에서는 침상에 신체보호대 등으로 묶여 있었다. 결박을 푸는 동안 구조시간이 지체됐다. 한 구조대 관계자는 "결박을 푸는 데 최소 1인당 30초 넘게 걸렸다. 그 시간 환자들이 질식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노인 환자가 많은 병원에서는 환자들의 낙상이나 자해를 막고자 침상에 신체 일부를 묶기도 한다.

스프링클러가 없었던 점도 참사 한 요인으로 꼽힌다. 화재 초기 진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스프링클러는 소방차 여러 대와 맞먹는 효과를 낸다. 또한 사고 당시 6명이 엘리베이터에서 발견됐고, 산소호흡기를 한 이들 중에서도 사망자가 있었다. 화재 직후 정전이 됐는데, 비상용 발전기가 작동하지 않은 탓으로 보인다. 28일 3차 합동 감식을 한 경남경찰청 수사본부 관계자는 "세종병원 비상용 발전기는 수동으로 작동하는데, 수동으로 작동한 흔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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