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측 소화기로 진화작업…골든타임 지나 신고 '의문'
일부 유족 '방수 지연'의혹…소방서 "살수 문제 없다"

밀양 세종병원 참사를 두고 화재 진압이 빨랐다는 평이 나온다. 하지만 사상자가 189명(사망 38명)에 이른다. 이 때문에 일부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의혹이 쏟아진다.

화재 발생 시 '골든타임'은 5분이다. 그래서 초기 대응이 어땠는지 밝혀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먼저 병원 측이 신고를 언제 했는지, 초기 진화를 했는지 여부다. 경남경찰청 수사본부 확인 결과, 병원 내부 CCTV에 찍힌 발화시각은 오전 7시 25분이었다. CCTV 시간이 맞다면 신고까지 '7분'이 걸린 셈이다.

보건복지부 '의료기관 화재 등 안전관리 매뉴얼'을 보면 화재 발생 시 제일 먼저 해야 할 행동은 119 신고 등 경보 전파다. 그다음이 초기 진화와 대피활동이다. 다만, 경찰 수사본부는 병원 내부 CCTV에 찍힌 시각에 대해 "시간이 맞지 않을 수 있어 외부 다른 CCTV 등과 비교해 정확한 시간을 추정할 수 있다"며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병원 측에서 자체 진화는 어떻게 했을까. 세종병원 이사장은 "소화기를 전부 사용했다"고 했다. 경찰은 28일 오후 3차 합동감식 후 현장 브리핑에서 "1층에서 7대, 3층에서 2대를 사용한 흔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정확한 감식 결과는 보름 이후 나올 계획이다.

밀양소방서장 브리핑 내용을 종합하면 26일 오전 밀양소방서에 화재 신고가 접수된 시각은 7시 32분, 소방대원은 7시 35분 도착했다. 2분 후 대응 1단계 발령하고, 7시 39분 최만우 밀양소방서장이 도착해 직접 지휘에 나섰다. 오전 8시 4분부터 48분까지 세종병원과 요양병원 환자를 구조했다. 오전 9시 18분 세종병원·요양병원 전층 인명 수색을 완료했다. 이어 9시 29분 초기 불길을 잡았고, 10시 26분 완전히 진화했다.

그러나 일부 유족은 화재 당시 현장에 도착한 소방차가 곧장 진화에 나서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영상 확인 결과 두 번째 도착한 소방차가 2분 46초간 화재 진압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밀양소방서는 28일 소방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근거로 살수차 운용에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사상자가 발생한 세종병원에도 동시에 구조작업을 진행하지 않았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불은 세종병원에 났는데 세종요양병원은 구름다리를 사이로 바로 옆에 붙은 건물이다. 밀양소방서는 "동시에 구조작업을 진행했고, 연기가 요양병원으로 움직이는 것 같아 위험하다는 판단에 요양병원으로 진입해 수직 피난 미끄럼대를 펼치고 환자를 내려보냈다"고 설명했다.

사망 판정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사고로 희생된 김점자 간호사 유족은 "사망 판정을 받은 피해자에게 30분 넘게 심폐소생술을 했다"며 사망 판정 과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밀양시 측은 재난상황 매뉴얼에 따라 환자 분류 후 심폐소생술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답했지만, 김 간호사는 심폐소생술을 받았다.

김 간호사 유족은 시신을 노인회관에 방치했으며 공무원으로부터 연락받은 바도 없다고 주장했다.

밀양시는 "사망 판정에 따라 노인회관에 옮겼으며 재난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연락하려 했다"고 했다. 또한 의료진이 도착하기 전 보건소 직원이 사망, 부상 등을 분류해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밀양시 측은 "매뉴얼대로 했다"고 답했다.

화재 당일 사망·부상자 명단과 어디에 있는지 빨리 확인되지 않은 탓에 가족들은 환자를 찾아다니며 발을 동동 굴렀다. 가족들은 현장에서 찍힌 휴대전화 사진으로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 한 시민은 26일 당시 "내 마누라 여기 없습니까"라고 현장을 돌며 울부짖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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