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세종병원 과거 방화문 개방·불법 증축 과태료 처분 받아
스프링클러 미설치 피해 키워…소방시설 기준강화 필요

#대구의 한 병원에서 지난 7일 불이 났지만 스프링클러가 작동하고 병원 직원이 옥내 소화설비로 자체 진화해 불을 껐다. 그보다 앞선 지난 2015년 4월 12일 전남 나주의 한 요양병원 직원휴게실에서도 불이 나 간이침대 전기 매트, 이불 등이 탔지만, 스프링클러가 작동하고 소방대원이 출동해 10여 분 만에 불이 꺼졌다. 두 사건 모두 인명 피해가 없었다.

◇요양병원은 6월 말까지 스프링클러 설치 = 이처럼 절체절명의 순간, 스프링클러는 인명 피해를 줄이는 큰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많은 병원에 스프링클러가 의무적으로 설치되도록 소방시설 설치 기준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법은 요양병원에는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지만, 중소규모 병원은 의무 대상이 아니다.

지난 26일 밀양 세종병원에서 화재로 대규모 사상자가 생기자, 사고 당시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작동됐더라면 사상자가 크게 줄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4년 5월 전남 장성군 한 요양병원에서 화재로 21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2015년 7월부터 새로 짓는 바닥면적 합계 600㎡ 이상인 요양병원은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강화됐다. 바닥면적 합계가 600㎡ 이하 요양병원은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 기존에 지어진 요양병원도 소급해 유예기간이 끝나는 6월 말까지 설치를 마쳐야 한다.

경남도가 집계한 도내 의료기관 중 병원은 121곳, 요양병원은 117곳이다. 경남소방본부와 창원소방본부에 확인한 결과, 신축을 제외한 도내 108개 소급대상 중 세종요양병원을 포함해 34곳이 스프링클러 설치 미완료 상태였다.

◇중소규모 병원은 설치 예외 = 이번에 화재가 난 세종병원은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니다. 현행 소방시설 설치 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는 '지하층·무창층 또는 층수가 4층 이상인 층으로서 한 층 바닥 면적이 1000㎡ 이상인 층'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게 돼 있다. 세종병원 모든 층 바닥면적을 합한 면적은 1489.32㎡이다.

전문가는 한목소리로 중소 병원에도 스프링클러 설치 등 소방시설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호영 창신대 소방방재공학과 교수는 "올해부터 스프링클러 설치가 기존 11층 이상 건물에서 6층 이상인 건물로 강화됐다. 하지만, 화재에 더 취약한 이들을 위해 병원 소방시설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스프링클러 설치, 소방안전 교육 숙지 등을 더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7일 밀양 사고 현장을 찾아 "앞으로 스프링클러 규제 차이가 다른 부분 등 안전관리상 문제에서 이용자 상황과 실태에 따라 설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 또 안전관리 현실화와 점검에도 특별히 관심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26일 오전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에서 38명이 사망하는 대형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대원들이 참사현장에서 불을 끄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세종병원, 과거 방화문 개방 과태료 = 세종병원은 지난 2014년 소방 특별조사 당시 방화문을 개방해놓았다가 적발된 것으로 드러났다.

세종병원은 다중이용시설 중 표본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소방특별조사에서 지난 2014년 5월 29일 방화문 개방, 불법 증축으로 과태료 처분 등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세종병원은 3·4·5층에 방화문을 설치하고 작동하게 해야 하지만, 조사 당시에는 방화문을 닫아두지 않고 개방해 뒀다 적발됐다. 방화문을 개방해두면, 화재 시 불과 연기가 차단되지 않아 인명 피해가 커진다.

소방서는 당시 불법 증축 부분에 대해서는 밀양시 건축과로 내용을 이첩했고, 나머지 유도등 미비와 소화기 압이 빠진 상태 등을 수리하도록 조치 명령서를 발부했다.

그러나 세종병원은 이후 2015~2017년 3년간 소방특별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세종병원은 이 기간 매년 하는 자체 소방점검에서 문제가 없다는 보고서를 소방서에 제출했었다.

세종요양병원은 2016, 2017년 소방특별조사에서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 9일 소방특별조사에서는 피난기구 중 구조대 바닥 고정 장치가 불량해서 시정 명령을 받은 바 있다. 소방서는 이달 말까지 시정을 하도록 명령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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