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비난 몰두에 밀양시민 "초상집서 정치 타령" 분노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직후 일부 야권 지도부가 국민 38명이 사망하고 151명이 부상으로 신음하는 참사를 정쟁으로 몰고 가려는 발언을 일삼아 시민 분노를 자아냈다.

이번 참사를 정쟁의 장으로 모는 데 앞장선 건 자유한국당이다. 아직 사고 수습이 다 이뤄지지 않은 지난 26일 오후 현장을 찾은 김성태 원내대표는 정부를 향해 "북한 현송월(삼지연관현악단장) 뒤치다꺼리한다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며 "쇼통과 정치보복으로 혈안이 된 무능한 정권이 국민의 기본적인 생명권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었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와 청와대 내각 총사퇴를 주장했다.

이어 "이 참담한 화재 현장에 또 유족들만 위로하는 게 대통령 역할이 될 수 없다"며 "국민 생명권은 지키지도 못하면서 생일축하 광고판에 환한 미소로 쇼통에 치중하는 문재인 정부는 제대로 된 정부라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 발언에 밀양시민은 분노했다. 시민은 "불난 집에 와 무슨 정치 보복 운운하느냐", "초상집에 와서 무슨 소리를 하느냐"며 극렬 반발했다.

26일 오후 자유한국당 김성태(왼쪽에서 셋째) 원내대표 등 당직자들이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 현장을 찾아 둘러보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그도 그럴 것이 직전 경남도지사를 지낸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지난해 대선 출마를 이유로 도지사직을 사퇴했다. 홍 대표는 당시 도지사 보궐선거 발생을 무산시키고자 이른바 '꼼수 사퇴'를 해 1년 2개월 장기 도정 공백 사태를 낳은 장본인이다. 아울러 엄용수·박일호 전·현직 밀양시장, 이병희·예상원 경남도의원, 밀양시의원 13명 중 12명이 한국당 소속이다. 각종 소방 및 보건 의료 행정 인·허가 권한 등 밀양지방권력은 사실상 한국당이 쥐고 있다.

일부 정치계 인사들은 이 점을 들어 한국당 책임이 크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홍 대표는 그러나 지난 27일 밀양을 방문해 김 원내대표보다 한 술 더 떠 이낙연 총리 책임론과 한경호 경남도지사 권한대행 파면을 주장했다.

그는 "이 정부는 정치 보복하느라 바빠 예방 행정을 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며 "민생은 뒷전이고 정치보복에만 혈안이 돼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고 다시 참사를 정치와 연관시켰다. 이어 "이번 일은 장관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총리가 나가는 게 맞다"며 "제대로 하려면 자기들(민주당)이 코드 인사로 임명한 도지사 권한대행을 파면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말인 27~28일 사이 정치인들의 밀양 방문도 잇따랐다.

26일 사고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전날 대구에 머물렀던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정당 지도부 중에 가장 먼저 밀양 현장을 찾았다. 이후 오후 들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추미애 민주당 대표 등 당 지도부 인사들이 차례로 방문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28일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 책임을 강조하면서도 정쟁으로 비칠 만한 발언은 최대한 자제한 채 빠른 사고 수습과 사망자 가족, 부상자 등을 위한 지원책 완비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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