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측 6년간 이행강제금 내며 원상복구 거부·당직의사 '알바'고용
법망 교묘히 피한 경영에 "지자체·경찰·소방당국 여태 뭐했나"지적

사망 38명, 부상 151명 등 189명의 사상자를 낸 지난 26일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를 두고 지역에서는 "곪았던 게 터졌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급성기병원인 밀양 세종병원, 노인 의료시설인 세종요양병원, 장례식장 등 3개 시설을 운영하는 손경철(57) 의료법인 효성의료재단 이사장은 불법 무단 증축, 편법 인력 운용, 지역 땅 매입 증대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구 사람인 손 이사장이 밀양에서 법망을 교묘히 피해 문어발식 경영을 해왔는데도 그동안 밀양시, 경찰, 소방 행정에서 왜 제재하지 않았느냐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경찰은 우선 불법 증축 관련자를 조사해 입건할 방침이다.

◇불법 증축 등 수익 극대화 화 불러 = 밀양시는 세종병원이 147.04㎡ 규모로 3곳 이상 무단 증축함에 따라 2012년 8월 24일 불법 무단증축 건축물로 기재했다. 신민재 건축과장은 28일 "일반병원(세종병원)과 요양병원을 연결하는 1층 통로 부분 23.2㎡ 면적에 비 가림막을 설치했고, 4층에는 창고(25.02㎡), 5층엔 식당(25㎡)과 창고(58.5㎡)를 만들었다. 1·4·5층에 모두 147.04㎡ 규모로 증축했다"고 밝혔다. 불법 증축은 건축 도면에 없는 면적을 경량 철골조나 철근 콘크리트로 늘리는 것을 일컫는다.

시는 2011년 밀양소방서에서 단속한 내용을 토대로 2012년 원상복구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으나 세종병원이 이행하지 않자 이행강제금만 부과했다. 세종병원은 2018년 현재까지 6년간(연 1회) 총 이행강제금 3000여만 원만 지급하고 불법 상태를 유지한 채 병원을 경영해 왔다. 신 과장은 "법상에 철거(원상복구)할 때까지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게 돼 있다. 시는 이행강제금 제도만 적용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손경철 이사장은 27일 <경남도민일보>와 통화에서 "무단 불법 증축은 병원 인수 전에 있었던 일이다. 2008년 이후로는 증축 안 했다. 소방점검 나와서 (불법 증축)발견된 이후부터 이행강제금을 냈다"고 주장했다. 또 "증축된 건물을 그대로 샀다. 그전에는 (소방점검 때) 발견 못 하다가 발견됐다. 발견된 연도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밀양시 삼문동에 사는 40대 주민은 "세종병원은 통로가 좁고 증축을 반복하면서 내부가 미로처럼 복잡했다. 3층 병실은 인근 병원시설이 없는 요양원에서 이송돼온 환자들이 집단 수용된 형태로 치료받아왔다"고 말했다. 가곡동 한 주민도 "1층 자동문밖에 없고 엘리베이터로 내려올 수밖에 없으니 불나면 큰일 나겠단 생각을 매번 했다"고 지적했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삼문동 밀양문화체육회관에는 28일에도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27일 부모와 함께 합동분향소를 찾은 어린이가 고사리 같은 두 손을 꼭 모으면서 참배하고 있다. 이 아이들이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안전한 대한민국'은 언제쯤 만들어질까.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땅 매입 계속하며 문어발식 경영 = 밀양시 자료에 따르면 세종병원 건물은 1992년부터 있었고, 세종요양병원은 리모델링해서 1996년 신축했다.

밀양 가곡동 50대 주민은 "2000년 초반께 개인이 의원을 사서 병원을 증축했고, 병원 뒤에 있는 여관을 사서 요양병원을 개원했다"고 기억했다. 이후 "주변 땅을 또 사서 장례식장을 지었고, 이어 허름한 주변 상가를 사서 허문 다음 주차장을 만들었다. 최근엔 그 주차장을 다시 병원 건물로 신축하려고 (세종병원 왼쪽 땅에) 터 파고 골조 세우는 공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2017년 10월 11일에 주차장이 있던 터에 신축 건물 허가가 났다"며 "의료시설로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연면적 1489.49㎡, 대지면적 786㎡)이며 인근에 부설 주차장 설치도 계획돼 있다"고 확인해줬다.

가곡동에 사는 60대 주민은 "가곡동에는 병원이 세종병원뿐이다. 세종병원 이사장 욕심이 많아서 바로 옆 약국도 인수하려 했는데 잘 안 된 걸로 알고 있다"고 했고, 약국 관계자는 "7~8년 전에 이사장이 약국을 사려 했던 것은 맞지만 최근엔 그런 적이 없다"고 말했다.

효성의료재단은 세종병원·요양병원 환자를 더 많이 받고자 병원을 계속 증축했던 것으로 보인다. 병원 건물을 담보로 대출해서 증축 또는 신축하며 병원을 확장하던 중인 것으로 분석된다. 28일 법원 등기부 확인 결과 의료법인 효성의료재단은 세종병원(가곡동 613-19) 토지와 건물을 담보로 2009년 12월 21일 대구은행에 3억 5000만 원, 2009년 6월 11일 역시 대구은행에 32억 5000만 원 근저당권 설정이 돼 있는 상태다. 32억 5000만 원 근저당권은 2016년 4월 25일 30억 640만 원으로 변경계약됐다. 2018년 1월 현재 효성의료재단 총부채는 62억 원이 넘는다.

◇야간 당직의사 편법 운용 = 세종병원 화재 참사 사망자 중 당직 의사 1명이 숨졌다. 그는 밀양 행복한병원 정형외과 외래과장으로 지난해 3월 1일 입사했다. 입사 후에 세종병원에서 당직 아르바이트를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행복한병원 관계자는 "거의 매주 한 번 정도 야간에 일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당직 의사를 정식 고용하지 않고 비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인건비를 줄이고자 편법으로 당직 의사를 여러 명 고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도내 병원계 관계자는 "요양병원은 환자 35명당 의사 1명을 두는 게 법적 기준이고, 환자가 200명 이상일 때 야간당직 의사를 두게 돼 있다"며 "세종병원은 급성기병원 야간 당직 의사가 요양병원까지 커버한 것으로 보인다. 야간 당직 의사를 비정규직으로 쓴 것은 인건비 때문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경남도 보건과 관계자는 "의료법 시행규칙 41조(당직의료인)에 각종 병원에는 응급환자와 입원환자의 진료 등에 필요한 당직의료인을 두어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 활용 등에 관해서는 법률상 규정은 없다"면서 "세종병원 의료법 위반 여부는 의료법 61조(보고와 업무 감사)에 따라 보건복지부와 시보건소가 감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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