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 직전 가족 잃은 유족도…대책위 결성 움직임

세종병원에는 고령환자가 많이 입원해 있었다. 아직 시신을 빈소에 모시지 못한 유족도 있는가 하면, 한 가족은 퇴원 당일 어머니를 잃는 등 밀양시 전체가 비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고인이 된 김순임(89) 씨는 30년 넘게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횟집을 운영하며 억척같이 4남매를 키웠다. 나이가 들어 고혈압으로 힘들었고, 최근에는 폐렴까지 걸렸다. 김 할머니는 치료를 받으려 부산서 세종병원으로 옮겨왔다가 사고를 당했다.

김 씨 막내딸 강모(49) 씨는 “내가 여행을 간다고 말씀드리니 어머니가 웃으며 ‘잘 다녀오라’고 한 게 불과 며칠 전”이라며 “그게 어머니와 나눈 마지막 대화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안금(83) 할머니는 평생 밀양에서 농사를 지었다. 최근 심해진 관절염 때문에 지난 24일 세종병원에 입원했다 변을 당했다. 장례식장 빈소를 지키던 둘째 며느리 배모(51) 씨는 “누구보다도 자상했던 시어머니”라며 “10년 전 내가 크게 아팠을 때 따로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멀리서 찾아와 ‘병원비 하라’며 100만 원을 건네주고 가셨던 분”이라며 울먹였다. 100만 원은 당시 이 할머니가 남의 밭에서 일하며 한 푼 두 푼 모은 돈이었다.

3.jpg
▲ 세종병원 화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온 어르신이 비통해 하고 있다./김구연 기자

60년 부부의 연을 마감한 노부부도 있었다. 박종현(86) 씨는 스무 살 때부터 시작한 부부의 연이 하루아침에 끝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깊은 한숨을 내쉬며 눈물을 훔쳤다. 그의 아내(83)는 세종병원 2층 6호실에서 욕창 치료를 위해 한 달 동안 입원해 있다가 변을 당했다. 박 씨는 “얼굴과 팔이 시커멓게 그을린 아내를 보니 가슴속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면서 “하루에 한 번은 꼭 죽을 떠먹여 줬는데 이제는 그럴 수도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불이 났던 지난 26일 퇴원을 앞두고 숨진 이도 있다. 시어머니를 잃은 김혜숙(55) 씨는 “건강검진을 받으러 세종병원에 갔는데 마침 시어머니가 열이 나는 등 이상 증세가 있어 지난 이틀간 입원했다”며 “담당의사에게 물어보니 오늘 퇴원하고 집에 갈 수 있다고 했는데…”라며 고개를 숙였다.

일부 유족은 28일 유족대책위원회 구성을 위해 합동분향소에 모였다. 대책위 구성의 필요성을 느낀 고 김삼석(90) 씨의 손자 손민수 씨가 유족 명단을 받아 문자메시지를 보내 유족과 대화했다. 손 씨는 “이번 사고는 인재다. 사고로 희생된 유족을 위해 대책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이병희 밀양부시장은 28일 오전 “(유족)대표단을 구성하면 사무공간을 제공하고 전담요원을 붙여 안내해드리겠다고 답변했다. 시에서도 종합적 지원단을 구성해 유족 지원을 포함한 행정지원팀, 의료지원팀, 장례지원팀 3팀 분류해 유족과 정기 또는 수시로 협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