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정치보복에 혈안" 민주당 "경남지사 출신 홍 대표 사과"
시민들 "정치인들 방문 자제하는 게 가장 큰 도움" 비판

국민 37명이 죽고 151명이 부상으로 신음하는 희대의 참사를 앞에 두고 정치권이 힘과 뜻을 모으지 못할망정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이며 대립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밀양 세종병원 참사를 정쟁의 장으로 몰고 간 건 자유한국당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26일 오후 사고 현장을 찾은 자리에서 "북한 현송월(삼지연관현악단장) 뒤치다꺼리한다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며 "쇼통과 정치보복에 혈안이 된 무능한 정권이 국민의 기본적인 생명권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과하고 청와대와 내각은 총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참담한 화재 현장에 또 유족들 위로만 하는 게 대통령 역할이 될 수 없다"며 "그 상황이 끝나고 나면 생일 축하 광고판에 환한 미소로 쇼통에만 혈안이 돼 있는 이 문재인 정권이 국민의 생명권을 지키지 못하면 정부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김 원대대표 발언을 들은 밀양시민은 분노했다. 이 자리에서 있던 이태권, 홍윤근 씨는 김 원내대표를 향해 "불난 집에 와 무슨 정치 발언이냐"며 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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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밀양시 삼문동 밀양문화체육회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참배했다. / 김구연 기자

한국당은 이 같은 시민 비판에 27일 오전 장제원 수석대변인 명의 논평을 내 "현장에 도착해 문재인 정권에 엄중한 정치적 책임을 묻는 자리에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경남도당 위원장 주변 당직자와 관계자들이 김 원내대표를 둘러싸고 야유를 보내고 폭언을 일삼은 행태가 영상을 통해 드러났다"면서 "있을 수 없는 비열하고 저열한 작태"라고 비난했다.

이어 "그 자리는 한 달 남짓 동안 대한민국 국민 100여 명이 각종 재난사고로 숨을 거두고 그 정점에 또다시 발생한 밀양 대참사가 일어난 현장"이라며 "그 현장에서 제1야당 원내대표가 문재인 정권에 엄중한 정치적 책임을 묻는 순간 물타기라도 하듯 야유와 막말로 정치공세를 펴는 파렴치한 행동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저급한 작태"라고도 덧붙였다.

이들은 한 발 더 나아가 "민주당과 집권 세력은 최소한의 반성은커녕 밀양 대참사 현장마저 야유와 막말을 동원해 면피하려는 후안무치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며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사과 등을 요구했다.

한국당은 김 원내대표 발언 직후 "불난 집에 와 무슨 정치 발언이냐"고 따져 물은 이들이 민주당 당원이었다는 판단에 따라 논평을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당 판단과 달리 이태권, 홍윤근 씨는 민주당 당원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 도당 관계자는 "두 사람은 이미 오래전 탈당을 한 상태라 지금은 당원이 아니"라면서 "무슨 근거로 한국당이 추 대표 해명을 요구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도당은 이에 논평을 내고 "장제원 한국당 대변인은 허위사실 유포에 사과하라"고 날을 세웠다.

도당은 "제1야당 수석대변인으로서 밀양 참사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어도 모자랄 상황에 적반하장 덮어씌우기 식 논평으로 정치 공세를 할 생각만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며 "대체 무슨 근거로 민 위원장 옆에 서서 발언한 사람이 민주당 당직자와 관계자라는 것인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사실인 양 말하고 여당을 음해·비난하는 장 대변인 논평은 그 자질을 의심케 하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장 대변인은 민주당과 밀양 시민의 명예를 훼손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데 책임을 지고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당은 그러나 참사를 빌미로 한 정쟁을 그치지 않았다. 홍준표 대표는 27일 오후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예방 행정이 중요한데 이 정부는 정치보복 하느라 바빠서 예방 행정을 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며 "민생은 뒷전이고 정치보복에만 혈안이 돼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고 다시금 참사를 정치 쟁점화했다.

이어 "제천 참사가 발생했을 대 소방특별점검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는데 즉시 했으면 이런 사고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부가 아마추어라 예방 행정을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낙연 총리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대표의 이 같은 발언에 민주당 현근택 부대변인은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한때 경남 도정의 책임자였던 홍 대표는 이번 사고를 정치 쟁점을 삼을 게 아니라 사과부터 해라"고 촉구했다.

현 부대변인은 "어제(26일) 김성태 원내대표는 사고현장에서 '북한 현송월 뒤치다꺼리를 한다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고 했다. 모든 문제를 북한 탓으로 돌리려는 색깔론이 재발한 것인데, 현송월과 밀양 화재가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사고수습과 재발방지 대책에는 안중에도 없고 저급한 색깔론이나 펼치면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참사를 정치쟁점화하려는 한국당 모습은 그저 안타까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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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한경호 권한대행, 박일호 밀양시장 등과 함께 밀양 세종병원 화재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김구연 기자

이어 "지방자치단체의 소방 부분 최종 책임자는 지방자치단체장인데 경남도지사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국민이 모르지 않는다. 홍 대표는 이 점에서 현장을 찾아 사과를 하는 게 먼저"라면서 "소방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밝혀지면 경남도지사 직무대행에 사법적인 책임을 묻겠다는 장 대변인 논평을 국민이 이해할 수 있겠나. 사태 수습과 대책 마련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같이 다수 국민의 안타까운 희생으로 온 나라가 슬픔에 잠긴 상황에 정치권이 합심은커녕 분열상만 보이는 데 대해 많은 시민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 시민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형사고 현장에 정치인들은 방문을 제발 자제하는 게 사고 수습에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길"이라며 "온갖 민폐는 다 쏟아내고 의전 부실 등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행태에 국민은 더 분노한다. 도와주려면 집에서 TV나 시청하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시민은 "국민의 생명을 정치적 노리개로 삼아 희생된 사람은 물론 그 유족까지 수단화하는 일부 몰지각한 정치 세력은 철저히 심판해야 한다"고 썼다.

민홍철 민주당 도당 위원장은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참사를 이용한 정쟁을 더는 그만두자고 제안했다.

민 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밀양 화재 같은 참사가 왜 반복되는지, 제천 화재 이후 많은 교훈을 얻고도 실천하지 못해 또다시 잘못을 되풀이하는 이유가 뭔지에 관심을 더 둬야 한다"며 "문재인 정권 책임이냐 아니면 소방업무는 지방 사무이므로 경남도청이 책임져야 하느냐 하는 이런 부질없는 책임론은 이제 그쳐야 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이에 "이제 '어떠한 경우에도 안전이 최우선이고 이를 확보하기 위한 제도는 절대 반대하지 않는 것은 물론 비용이 아무리 많이 들더라도 기꺼이 지출하자'는 사회적 대타협이 있어야 한다"면서 "아울러 국민 생명과 재산, 안전을 지키는 정책에는 여·여야가 따로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더는 정치적 논쟁을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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