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대부분 고령에 거동 불편해 피해 커…스프링클러도 미설치
1층 응급실 쪽 발화 추정…27일 경찰·국과수 등 합동 감식

26일 오전 7시 32분 밀양 세종병원에서 불이 나 37명이 숨지고 143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피해 규모 면에서 40명이 숨진 2008년 경기 이천 냉동창고 화재에 이어 두 번째 '최악의 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피해가 컸던 원인은 세종병원에 거동이 불편한 고령 환자 많았고, 초기 진화에 중요한 스프링클러 등이 없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밀양시 가곡동에 있는 세종병원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된 건 이날 오전 7시 32분이었다. 신고 3분 만에 구조대원이 도착했지만, 이미 짙은 연기와 화염이 번지는 상황이어서 진입이 쉽지 않았다. 당시 병원에는 입원 환자 83명이 입원해 있었고, 당직 의사 등 9명 직원도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소방당국은 이날 세종병원에서 진압·구조를 하는 동시에 맞붙은 세종요양병원 환자 94명 대피작업도 함께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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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와 관련해 경찰이 응급실 화재 현장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 김구연 기자

경찰은 이날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응급실 내부 CCTV 화면을 언론에 공개했다. 응급실 내부에서 병원 외부로 통하는 출입문을 촬영한 이 영상을 보면 30초 무렵부터 응급실 내부가 연기로 가득 차자, 안에 있던 직원과 사람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이 보인다. 다급했던 당시 상황을 짐작하게 했다.

경남경찰청 수사본부는 사망자 37명 신원을 모두 확인했다. 사망자 대부분은 입원 환자였다. 2층 2병동 입원환자 18명, 3층 3병동 입원환자 8명, 4층 5병동 입원환자 8명 등 34명이 숨졌다. 연령대는 80대 이상이 26명으로 대부분 고령자였다. 이 밖에도 병원 의사 1명, 간호사·간호·조무사 등 병원 관계자 3명도 포함됐다. 숨진 이들은 대부분 화상보다는 연기 등을 마시고 질식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밖에도 중상자는 7명, 경상자는 136명으로 집계됐다.

불이 난 세종병원 건물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도 확인됐다.

손경철 세종병원 이사장은 이날 브리핑을 하면서 "세종병원이 의무적으로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하는 면적이 아녀서 설치를 안 했다"며 "오는 2018년 6월 30일까지는 법적으로 설치할 의무(2015년 6월 소방법 개정으로)가 있다. 그래서 다음 주부터 설치하려고 했는데, 사고가 났다"고 밝혔다.

경찰은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일단 1층 응급실 쪽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발화 지점과 화재 원인을 확인하고 있다. 앞서 이날 오후 3시 20분부터 오후 5시까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화재감식팀 8명이 1차 현장 감식을 진행했다. 경찰과 국과수 등은 27일 오전 10시 합동 정밀감식으로 정확한 화재원인을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시간대별 상황〉

-오전 7시 32분 화재 신고 접수

-오전 7시 37분 대응 1단계 발령

-오전 7시 39분 최만우 밀양소방서장 현장 도착

-오전 7시 42분 대응 2단계 발령

-오전 7시 42분 중앙119 구조본부 출동 요청

-오전 7시 45분 창원소방본부 출동 요청

-오전 7시 55분 중앙응급의료센터 현장 지원 요청

-오전 8시 13분 부산소방본부 출동 요청

-오전 8시 17분 한국원자력 안전기술원 방사능 안전조치 안내

-오전 8시 20분 경남도소방본부 도착(현장 지휘)

-오전 9시 18분 세종병원, 세종요양병원 전층 인명 검색 완료

-오전 9시 29분 화재 초기 진화

-오전 10시 26분 화재 완전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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