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언련 비평] 법원행정처 논란, 방송뉴스는 이 사안 '제대로'다뤘나
대부분 언론 톱 배치·후속 보도-일부 보수종편 관련보도 0건 '대비'
채널A·TV조선 '원세훈 재판개입'언급 안 하거나 '실체 없음'부각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조사해온 대법원 추가조사위가 22일 충격적인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추가조사위가 제시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 선고 관련 각계 동향' 문건에 따르면, 대법원은 2015년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재판을 전후하여 청와대 민정라인과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담당판사들의 동향을 보고하고, 민감한 내용의 정보 및 의견을 교환한 겁니다.

항소심 재판 다음날 작성된 이 문건에는 청와대가 '법원행정처에 전망을 문의'하고 '항소 기각을 기대'했으며, 법원행정처는 이런 청와대의 문의에 대해 '매우 민감한 사안이므로 직접 확인하지는 못하고 있으나 우회적·간접적인 방법으로 재판부의 의중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이라고 전달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런 청와대의 의견 전달에도 원 전 원장은 2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자 청와대는 다시 사법부에 큰 불만을 표시하면서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할 것을 요구했는데요. 문건에는 이 상황에 대해서 '우병우 민정수석→사법부에 대한 큰 불만을 표시하면서, 향후 결론에 재고의 여지가 있는 경우에는 상고심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고 전원합의체에 회부해줄 것을 희망'이라고 요약되어 있습니다.

25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 조합원들이 사법부 블랙리스트 사건의 전면 재조사 및 관련자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이후 대법원은 원 전 원장 재판을 전합에 회부하고 핵심증거인 '425 지논파일'과 '시큐리티 파일'의 증거능력을 13 대 0 만장일치로 인정하지 않으며 사건을 파기 환송했습니다. 이에 추가조사위는 행정처가 특정 재판에 대해 청와대와 밀접하게 정보를 교환하는 등 사법행정권이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었다는 지적을 내놓았습니다.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한 발표 내용도 있었습니다. 추가조사위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를 중심으로 사법개혁을 요구해온 진보성향 판사모임 소속 법관들을 핵심 그룹으로 분류해 이들의 동향과 성향을 구체적으로 파악해온 내부 문건도 상당수 발견되었다고 밝혔는데요. 해당 문건에는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모임 참석자 및 논의 주제, 발언 내용, 뒤풀이 참여자는 물론이고 소속 판사 개인의 가정사와 SNS 활동 등에 대한 정보까지 수집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정보는 주로 행정처 심의관 출신 판사들, 이른바 거점 법관들이 수집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추가조사위는 동향 파악 문건 등에 대해 사법행정권의 지나친 개입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대응방안 실행여부 등은 조사범위에 해당하지 않아 조사하지 않았"고 "블랙리스트 개념에 논란이 있으므로 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12건 혹은 0건' 극명하게 갈리는 보도량

이 사안에 대한 각 방송사의 보도 양상은 보도량에서부터 극명하게 갈리는데요. 추가조사위 발표 당일인 22일부터 다음날인 23일까지 MBC는 12건의 관련 보도를 내놓았으며, 양일 모두 해당 이슈를 톱보도로 배치했습니다.

특히 23일에는 단독보도 <인사 불이익 있었다 형사부 배제>를 통해 "명단에 오른 판사들이 실제로 불이익을 당했는지는 조사 대상이 아니어서 확인하지 않았다"는 법원의 발표를 "지난 7년 동안의 법원 인사기록을 일일이 대조"하는 방식으로 "사법부 블랙리스트가 실제로 작용"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그 외 SBS, JTBC, TV조선, KBS는 이틀간 9건에서 3건 사이의 관련 보도를 내놓았으며, 추가조사위 발표 당일 해당 이슈를 톱보도로 배치했습니다. 반면 채널A는 22일 11번째 순서로 1건의 관련 보도를 내놓은 이후 후속 보도가 없었으며, MBN은 이틀 내내 관련 이슈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원세훈 재판'보다 '판사 블랙리스트' 앞세워

KBS, SBS, MBC, JTBC는 조사위 발표 내용 중 '박근혜 청와대의 원세훈 재판 개입의혹'건을 톱보도로 배치하여 먼저 전했습니다. 특히 SBS는 첫날 톱보도 포함 연이은 4건의 보도에서 원세훈 전 원장의 국정원 댓글 사건 관련 내용을 언급하며 이 사안에 주목했습니다.

TV조선과 채널A의 관련 첫 보도는 각각 <"판사 동향 파악…인사 불이익 없어">와 <논란 남긴 '판사 블랙리스트'>로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보도였습니다. 심지어 채널A는 추가조사위 발표 내용을 다룬 이 유일한 보도에서 청와대의 재판 개입 의혹 문제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두 방송사는 모두 '조사를 해 봤지만 블랙리스트에 실체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지 못했다'는 점을 부각했습니다. TV조선 <"판사 동향 파악…인사 불이익 없어"> 앵커 멘트는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보수 정권 당시 진보 성향의 판사들을 분리해서 인사에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을 밝히기 위한 조사였습니다. 결론은 판사들의 성향을 파악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블랙리스트라고 할 수 있는 문건 같은 건 찾아내지 못했다는 거였습니다.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판사들에게 인사상의 불이익을 줬는지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입니다.

◇MBC·SBS·JTBC는 양승태 조사위·미조사 파일 언급

반면 MBC, SBS, JTBC는 그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꾸린 지난해 4월 진상조사위에서는 이를 밝혀내지 못했다는 점을 전하며 직간접적으로 양승태 책임론을 부각했습니다.

이 중 가장 적극적으로 양 전 대법원장의 책임을 따진 방송사는 MBC입니다. 22일에는 <양승태 '셀프 조사' 책임론 부상>을 통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조사위를 꾸렸지만 '셀프조사' 논란 속에 사실무근으로 결론 냈고 논란은 계속"되었다며 "양 전 대법원장의 초기 조사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을 소개했고요. 다음날에도 <'허언'된 퇴임사 사법농단의 중심으로>에서 "이런 일들이 양승태 대법원장체제에서 벌어졌는데 양승태 전 원장이 퇴임하면서" "법관과 사법부의 독립을 수차례 강조"했다며 이번에 밝혀진 사안들에 대해 "직접 지시를 했는지, 보고를 받았는지 규명이 필요"하다 지적했습니다.

아직 비밀번호가 걸린 파일이 남아있다는 사실 역시 MBC <비밀번호 걸린 760건 강제수사로 가나>, SBS <열지 못 한 '비밀파일' 760개…강제 수사 가나?>, JTBC <암호 걸려 확인 못 한 파일만 700개 넘는데…> 등을 통해 지적했습니다.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1월 22~23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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