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한 대한이 지났지만 동장군의 맹위가 무섭다. 상대적으로 비교적 온난하다는 창원 통영 남해 등 남부 해안지방이 사흘째 영하 7도 이하로 떨어졌고 거창 합천 함양 등 서북부는 그보다 훨씬 더 내려가 그야말로 겨울왕국을 방불케 한다. 한파특보가 발령된 경남 전역이 꽁꽁 얼어붙었다. 다행히 눈은 내리지 않아 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예년에 보기 어려운 강추위로 피해가 늘고 있다. 비닐하우스에서 기르는 시설 채소가 냉해를 입는 일이 속출하고 보온이 덜된 축사에선 가축들이 동해를 받아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져 간다. 계량기가 얼어붙어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 주택이 속출하는가 하면 일부 공동주택은 난방보일러를 돌리지 못하는 불편이 뒤따르고 있다.

기상청 예보대로라면 이런 혹한이 다음 주 중반까지 지속할 게 확실한 만큼 날씨가 풀리기만을 기다릴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마음가짐이 우선이다. 서둘러 축사나 비닐하우스의 보온을 보완해주고 행정청은 저변층의 월동상태를 점검해서 혹시 발생할지도 모를 돌발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방안을 강구하는 등 대응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너무 추운 나머지 불을 가까이하다 보면 화재 확률도 배가된다. 소방당국이 비상시를 대비하고 있을 터이지만 24시간 깨어있는 자세로 귀를 열어 즉각 출동에 지장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산불에 대한 경각심도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건조한 날씨 속에 산림이 바싹 말라붙어있어 났다 하면 대형 산불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화기단속과 함께 특단의 경계심이 요청된다.

한파의 위세가 꺾이지 않고 낮 온도가 영하권에 머물게 되면 가장 우려되는 것은 건강문제일 것이다. 개인의 자구적 노력이 우선이라지만 어린이나 노약자계층은 만연하고 있는 겨울독감으로부터 안전치 못하다. 보건당국의 중단없는 활동과 대민 안전대책이 그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혹한 속 의료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시민은 없는지, 보호받지 못하고 방치된 이웃은 없는지 공동체사회가 관심을 가짐으로써 그래도 이 사회가 어려운 때일수록 온정을 나누는 건강한 시민의식이 살아 있음을 보여줄 수만 있다면 날씨 따위는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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