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인 동시에 관계 속의 '인간'인 나
이기주의는 '파괴 신' 버려야 살 수 있어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왜 살아야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밥만 먹고사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면 무엇 때문에 살아야 하는가? 하늘 아래 완벽하게 살다간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그 완벽함이란 어떤 것인가? 그리고 오늘 나는 그 완벽함을 얼마나 쫓고 있는가? 조금이라도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면 박수칠 일이지만 오늘 나의 애씀과 수고가 이것과 다른 방향이라면 지금 당장에라도 걸음을 멈추고 나를 살펴야 할 것 아닌가?

#산다는 것이 무엇이고 또 완벽함이 무엇인지를 알려면 먼저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내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러나 이 일도 양파의 껍질을 벗기는 일처럼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불분명할지라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어떤 경우에도 내 마음대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 수는 없다는 것이다. 참으로 통탄할 일이지만 이것이 우리들의 운명이고, 여기에서부터 우리들의 삶이 시작된다는 것을 누가 부인하겠는가?

#나는 나이고, 내 마음대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지만 나는 나인 동시에 이미 관계 속의 나이기 때문에 너 없는 나란 있을 수 없다. 인간 이해에 있어서 서양이 개인중심이라면 동양은 관계 중심이라 할 수 있는데 이것이 가장 잘 집약된 단어가 인간이고, '사람 人'과 '사이 間'이 합쳐진 인간이 의미하는 것도 '사람 사이', 다시 말해서 인간은 관계를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래서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완벽하게 산다는 것도 '사람 사이'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촛불혁명으로 새 정부가 들어서서 적폐청산에 목을 매고 있고 또 이런 가운데 새해를 맞이하기는 했지만 새해라고 다 새해가 아니다. 새것이 무엇인가?

새것이라고 해서 완전히 새로운 것, 우리가 알 수 없는 초월적인 어떤 것이 아니다. 새것은 이제까지는 '사람 사이'에서 사람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한다면 이제부터는 '사람 사이'에서 사람답게 사는 것이고, 사람 구실을 한다는 것도 너와 나 사이를 외줄 타듯 곡예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나보다 너를 앞세우므로 깨어지고 허물어진 관계가 회복되는 일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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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는 자비, 유교는 인(仁) 그리고 기독교는 사랑을 강조하지만 세상이 날로 좋아지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을 부드럽게 말하면 '사람 사이'를 잃어 버렸다는 것이고, 직설적으로 말한다면 이기주의의 포로가 되었다는 것인데 앞으로 물질주의와 결합한 이기주의는 개인이나 관계는 물론이고 심지어 종교까지도 집어삼키는 파괴의 신으로 몸집을 키워가겠지만 비록 골리앗 앞에 선 다윗의 상황이라 할지라도 새해에는 우리 모두가 '사람 사이'에서 만날 수 있다면 그리고 나를 위해 너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너를 위해 내가 죽는다면 '사람 사이'에서도 꽃이 피고 나비도 날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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