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성과 인지 영향 관계 분석한 실험
평화 낙관은 정치인 아닌 일반 국민 몫

"여자 아이스하키가 메달권에 있거나 그렇지 않다. (우리가)세계 랭킹 22위, 북한이 25위 이런 선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17일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하며, 여자아이스하키팀이 메달권 밖인 만큼 남북 단일팀 구성이 바람직하다는 취지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유치한 평창올림픽이 평양올림픽이 되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22일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을 중심으로 하는 북한 사전점검단의 방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국무총리와 야당 대표의 이런 발언은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바라는 국민 열망에 찬물을 끼얹는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대화와 북미 대화를 지속시켜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남북 긴장 완화를 이루려는 정부의 의지와 노력을 모르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국무총리의 발언은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지나치게 안일한 자세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또한, 홍준표 대표의 발언은 2011년 여야가 합의 처리한 평창올림픽특별법 주요 내용을 무시하는 것으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올림픽에 색깔론을 덧씌워 이념 논쟁으로 끌고 가려는 것으로 보여 안타까움마저 든다.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해 우리의 지각이 어느 정도까지 편협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이 있다. 2007년 미국 오하이오 대학교 에밀리 발세티스와 미국 코넬대학교 데이비드 더닝은 학생들에게 이상한 복장을 하고 캠퍼스를 걷도록 했다. 실험대상 학생들은 자신이 걸어가는 거리가 얼마인지 모르는 상태로 100m를 걸어갔다가 출발점으로 되돌아왔다. 실험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한 그룹은 스스로 이 실험을 선택한 학생들이었고, 다른 그룹은 연구자들이 대신 뽑았다고 말을 들은 학생들이었다. 왕복 걷기를 마친 뒤 "당신이 걸은 거리는 얼마나 되었나요?"라고 질문했을 때, 스스로 선택한 그룹은 평균 33m라고 했고, 다른 그룹은 평균 55m라고 했다. 즉 스스로 선택한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거리를 더 짧게 인지한 것이다.

이 실험이 보여주는 것은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한 긍정적 느낌이 인지의 지각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따라서 스스로 선택하면 그것이 정말 하기 싫은 일인 경우조차도 환경을 부정확하게 인지함으로써 덜 겁내게 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은 앞일을 전망할 때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오늘보다는 내일이, 내일보다는 그 다음 날이 더 희망차고 아름다울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그 대상이 자신일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때로는 이러한 무한 긍정이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는 일을 해내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사람들의 행동은 객관적 상황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주관적으로 해석한 상황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이러한 반응이 자꾸 모이면 해석한 그대로 상황이 전개된다. 그러므로 '좋은 일이 생길 거야'라고 믿으면 실제로 좋은 일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이것을 자기충족적 예언이라 한다. 우리는 어렵지 않게 이러한 예언이 실현되는 것을 본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어릴 때부터 책상 앞 벽면에 자신의 꿈은 대통령이라고 써 붙이고 꿈을 키웠다고 한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초등학교 때부터 대통령을 꿈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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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나는 꿈나무가 아닌, 한 나라의 정치지도자에게 다가올 일에 대해 지나치게 용감한 긍정은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재능이 아니라 국가적 재앙이다. 비관적으로 예측하여 발생할 문제들에 대비하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그럼에도, 필자는 한반도 평화를 낙관하고 싶다. 그 낙관이 없다면 시작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낙관은 정치인의 몫이 아닌 일반 국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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