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문화예술인]김기종 사진가

진주 거리서 만난 1500명
4년간 사진 찍고 인터뷰
사람에 다가서는 설렘
이야기 나누는 순간마다
아픔·행복 기억 꺼내기도
"평생 누군가 담고 싶어"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2018년 01월 25일 목요일

페이스북 페이지 '휴먼스 오브 진주' 사진가 김기종(38)은 매일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선다.

이렇게 2013년 12월 22일부터 만 4년 동안 길거리에서 찍은 인물은 1500여 명. 아주 큰 도시라고 할 수 없는 진주에서 작업을 했지만, 그의 카메라에 찍힌 이들은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그가 올리는 게시물에는 사진과 함께 인터뷰도 들어가니 1500개가 넘는 이야기도 담은 셈이다. 문득 그가 생각하는 '사람'이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휴먼스 오브 진주 4주년 기념 전시'가 열리는 진주 한 카페로 그를 찾아갔다.

언제부터 사진을 했느냐는 질문은 하지도 않았는데, 그는 이런 질문 많이 받았다며 스스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휴먼스 오브 진주' 사진가 김기종이 거리서 찍은 1500여 명의 사람들 모습.

"20대 중반부터 필름 카메라로 찍기 시작했는데, 그때도 길에서 만난 사람을 찍고 싶다고 계속 생각했거든요. 당시는 길거리 사람을 찍는다는 건 스트리트 패션 사진 말고는 없었어요. 그렇다고 패션에 관심이 있는 건 아니었고요. 이런 이야기를 휴먼스 오브 진주 기획자인 김재희 디렉터에게 더러 했었나 봐요. 그러다가 디렉터가 네가 하면 맞는 프로젝트가 있다고 해서 시작했죠. 이야기 나온 다음 날 바로 시작했죠. 2013년 12월 22일 사진을 찍었고, 첫 게시물은 23일 올렸죠."

-페이스북을 보면 거의 매일 게시물이 올라와요. 거리에 나가더라도 섭외도 해야 하고 이야기도 이끌어 내고 하려면 엄청나게 힘들 텐데요?

"사실 매일 나가지만 그날 촬영이 안 될 때도 있어요. 나가서 2시간 동안 돌아다니기만 하다 온 날도 많아요. 실제로 말을 거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오히려 누구한테 말을 걸어야 할까 판단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여요. 그냥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말 걸면 되지 할 수 있는데, 경험해보면 알아요. 막상 해보면 아무에게나 말을 걸 수가 없게 돼요. 사실 거절을 워낙 많이 당해서요. 한때는 심한 자괴감이 들 정도였어요. 그렇게 바라보고 망설이고 하다가, 대상을 정하고 따라가면서 '잠시만 실례할게요' 하고 말을 걸면 돌아보잖아요. 돌아보는 순간 표정, 그 3~5초 사이에 거의 결정이 나요. 이 사람 섭외가 되겠구나, 안 되겠구나. 이 순간이 사실 사진 작업의 절정인 거죠."

사진가 김기종은 예순이 될 때까지 거리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고 한다. 진주에 있는 이들을 모두 렌즈에 담는 게 희망사항이다. /휴먼스 오브 진주

-오, 그렇게 4년 넘게 했으면 나름 노하우가 생겼겠는데요?

"롯데시네마 진주 앞에서 자주 찍어요. 진주에서는 만남의 광장 같은 곳이라 앉거나 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요. 거기 가서 사람들에게 말을 걸면 무언가 이야기가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꽃다발이나 케이크를 들고 있거나 길을 걸어가면서 자주 두리번거린다거나 하면 무엇이든 사연이 있는 거거든요. 이런 경우는 이야기를 쉽게 풀어가는 편이죠."

-가만 보면 그렇게 붙임성 있고 그래 보이지는 않는데요.

"고등학교 때나 대학교 다닐 때까지도, 뭐 그렇게 사교성이 좋거나 하지는 않았던 거 같아요. 친한 사람들이 없거나 낯선 곳에 가면 조용히 있는 편이었죠. 뭔가 혼자 하는 걸 좋아했어요. 여행을 가도 혼자 가고 그랬죠. 휴먼스 오브 진주 하고 나서 이제야 좀 보통 사람 같은 붙임성이 생겼다고 할 수 있겠네요."

-하하, 1500명을 만났으니 그럴 만도 하네요. 그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을 꼽으라면요?

"부모님의 이혼에 관한 이야기를 한 20대 친구가 있었어요. 당시 제 질문이 이런 식이었어요. 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언제냐. 어릴 적 가장 좋았던 기억이 있느냐. 최근에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느냐. 그랬더니 그 친구가 최근에 가족회의를 했는데 그게 기억이 남았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왜 기억이 남느냐고 했더니, 처음이자 마지막 가족회의였는데 부모님이 각자 길을 가기로 한 자리였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숨기지 않고 주변 친구들한테도 이야기하고 그랬더라고요. 저도 아버지가 갑자기 일찍 돌아가셨거든요. 그 친구 이야기를 듣고 나니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더라고요.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서 주변의 친구들하고 이야기해보니 뜻밖에 어머니나 아버지가 없는 친구들이 꽤 있더라고요. 제 이야기를 해주니까 그 친구도 그동안은 몰랐는데 친구들에게 부모님 이혼 이야기를 들려주니 자신과 같은 처지의 친구들이 있어서 놀랐대요. 그렇게 사진 찍고 이야기를 끝내고 돌아서는데, 참,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한테 서로 깊은 속마음을 이야기할 수도 있구나 싶은 게, 신기하더라고요."

-사람을 찍지만 그 사람 이야기까지 함께 게시물에 올리잖아요.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는 건 어찌 보면 다양한 사람을 여행했다고 할 수 있는데, 어떠세요? 그렇게 많은 여행을 해보니 사람에 대해 나름 드는 생각이 있을 것 같은데요.

"음…. 참, 사람마다 저마다 다르구나 싶고요, 또 한편으로는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구나 싶고 그래요. 보통은 자기가 하는 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 자신은 그냥 평범한 사람이라며 휴먼스 오브 진주에 나오는 다른 사람처럼 특별하지 않다고들 말씀하시죠. 그런데 누구 이야기든 본인 처지에서는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죠. 그저 일상적인 이야기를 한 거거든요. 아이가 사탕 먹고 싶다고 말하는 거랑 비슷해요. 그래도 여든, 아흔 되신 어르신들 이야기는 놀라웠어요. 예를 들면 한국전쟁이 무슨 선조 때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새삼 느꼈어요. 우리 바로 곁에 전쟁을 겪으신 분들이 아직 살아가는구나, 우리가 너무 무심하지 않았나 싶었죠. 이런 것들을 젊은 세대들이 알아주면 좋겠다 싶어요. 그동안 휴먼스 오브 진주 작업이 아니었으면 생각 못했을 부분인 거죠. 정말 제가 많이 바뀌었어요."

-길거리 인물 사진으로 4년을 꼬박 채웠네요. 언제까지 계속할 거예요?

"할 수 있는 때까지는 계속해 나갈 생각이에요. 가능하다면 자식에게도 가업처럼 물려주고 싶기도 해요. 사실 이런 작업은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중요한 건 계속하는 일이에요. '지속'이 아니면 의미가 없어지는 작업이거든요. 그렇게 이야기가 계속 쌓여나가면 좋은 거죠. 몇 년 전에 사진 찍은 사람을 다시 만나 그때는 그랬는데 지금은 이랬다 하고 이야기하는 거요. 10년이 되든 20년이 되든 이런 식으로 진주 사람을 전부 다 찍을 때까지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진짜 예순이 될 때까지 이 작업을 계속 하고 있다면 그때는 제가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지 굉장히 궁금해요."

신문 구독을 하지 않고도
경남도민일보를 응원하는 방법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http://www.idomi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서후 기자

    • 이서후 기자
  • 문화체육부에서 문학/영화/연극/출판 등을 맡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