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장준하 선생 아들 강연 "친일·친미세력 적폐 이어와"

"현재 보수는 몰락할 것입니다. 경남·부산·울산에서도 대단한 일들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장준하 선생 아들 장호권(69·사진) 씨가 시국강연회에서 한 말이다. 그는 대한민국 적폐 원흉을 친일·친미세력으로 꼽으며 '보수'라고 자신을 일컫는 정치지도자를 비판했다.

그는 정성기 경남대 교수와 지난 23일 오후 6시 30분 경남도민일보 3층에서 열린 한겨레 경남독자모임 1월 교양강좌에서 '해방공간사 그리고 친일세력'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한국독립유공자협회 사무총장을 맡기도 했던 그는 해방 이후 뿌리 잡은 '친일민족반역과 친미숭미사대'가 오늘날 적폐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이승만이 대통령이 되고, 각료 120명 중 절반 이상이 친일세력이었다. 경찰·군대·법조계도 마찬가지였다. 민족진영은 말살되고 잘못된 시스템이 자리 잡으면서 정치·사회·경제·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적폐가 쌓였다."

장호권 씨가 창원을 찾아 시국강연회를 하는 모습. /김희곤 기자

그러면서 당시 미국의 전략도 함께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전쟁 등 유사시 미국 묵인 하에 일본군이 한반도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한 1960년대 일본의 '미쓰야 계획'을 근거로 설명했다. 장 박사는 "미국이 한반도 군사작전권을 쥐고 있고, 전쟁 시 일본에 양도하면 우리는 일본군 지휘관 아래 놓이게 된다"며 "같은 맥락으로 미국 지배 영향력을 강화하고자 민족진영을 말살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 장준하 선생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보수적'이라며 현재 보수 정치권에 일침을 날렸다. 보수의 진짜 의미를 모른다는 것이다.

"보수와 진보는 양 날개로 같이 가야 하는데, 정치권은 서로 적대감만 보여주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보수라는 사람들이 과연 진짜 보수의 의미를 알고 있나. 그저 권력과 돈 욕심에 취해 역할은 잊어버렸다. 아마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문재인 정부가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한, 지금 보수는 망하지 않을까 예측한다. 소위 보수 텃밭으로 일컬어지는 경남·부산·울산에서도 대단한 일이 벌어질 것 같다."


그는 보수-진보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결국 지도자가 잘못한 일이라고 했다.

자신의 경험에 비춰 "예를 들면 공산주의 국가인 싱가포르와 쿠바 국민은 행복하다. 독재 문제가 있긴 하지만 어쨌든 지도자가 국민이 불편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 장준하(1918∼1975) 선생은 1944년 일본군에 징병됐다 탈출해 광복군으로 활동했다. 해방 이후 잡지 <사상계>를 펴냈고, 민주화운동을 하다 여러 차례 투옥됐다. 박정희 유신체제 반대운동을 하다 1975년 8월 17일 경기도 포천시 약사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중앙정보부는 실족에 의한 추락사로 결론지었으나 의문사 진상규명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2013년 '장준하 선생 사인진상조사 공동위원회'는 유골감식 결과 '외부 가격에 의해 사망한 뒤 추락'으로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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