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시민 공동체 지향점 공유
유권자, 후보자 검증 적극 개입해야

수첩에 새해 다짐을 쓴다. 소소하고 일상적인 것들이다. 써놓고 가만 바라보니 헛웃음이 난다. 지난해 이맘때도 새로 산 수첩에 엇비슷한 다짐을 쓰고 또 이렇게 바라보지 않았나.

생각해보면 어느 해부턴가 새해 다짐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던 것 같다. 지키지 못해 다시 쓴 것도 있고, 지키긴 했으나 계속 지켜가야 할 것이어서 쓴 것도 있다. 지난해 수첩 첫 장이나 올해 수첩 첫 장이나 그게 그거지만 해가 바뀌면 또 혼자 의식을 치르듯 새 수첩을 펴놓고 스스로와 하는 약속을 한 자 한 자 눌러 쓴다.

얼마 전 두 번째 시즌을 마무리한 방송프로그램 <알쓸신잡>에서 출연자들이 '마디'가 갖는 힘과 효율성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불을 피워 올려 소식을 전한 봉화가 그랬고, 뉴런이 감각 신호를 뇌로 전달하는 방식이 그랬고, 속이 비었으나 단단하게 버티고 선 대나무가 그랬다.

하루씩, 한 달씩, 일 년씩, 사람이 만든 시간의 마디에도 힘이 있다. 힘겨운 나날을 이겨내게끔 한다. 꿈을 꾸게 해주기도 한다. 새해 다짐을 수첩에 쓰는 것도 어쨌든 지난해보다 나은 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고, 그렇게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을 거라는 믿음이다.

선거는 그 '공동체'에 마디를 만드는 일이다. 선거는, 우리가 향하는 곳이 어디인지 점검하고 길을 잘못 들지 않았는지 살피는 시간이다.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공유하고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찾는다.

잘 해왔다면 서로 격려하고 잘못했다면 무엇을 바로잡아야 하는지 따져보기도 한다. 리더라고 부르든 일꾼이라고 부르든, 제 역할을 충실히 잘할 사람을 알아보고 딱 맞는 자리에 앉히는 것은 그 과정의 결론이고 완성이다. 동시에, 새로운 마디의 첫발이기도 하다.

올해 6·13지방선거가 있다. 연초부터 도지사, 도교육감, 시장, 군수, 시도의원 적임자임을 스스로 내세우는 사람들이 신문 지면을 가득 채운다. 출사표를 던지고 자신이 그리는 지역 청사진은 어떠한지 내보이며 그것을 실현하려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약속을 쏟아낸다. 대부분 지난 선거에 출마했거나 이미 정치권에 발을 담근 사람이다. 들여다보고 있으면 새 수첩 첫 장을 마주할 때 느끼는 기시감이 인다.

그래서 더더욱, 예전에 그들은 어떤 약속을 했었나, 얼마나 지켰나, 그 약속은 타당했나, 지키지 못했다면 이유가 뭔가, 지금은 또 어떤 약속을 하고 있나, 그건 얼마나 타당한가, 그는 얼마나 지킬 수 있을까, 우리는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매섭게 따져 물어야 한다. 그리고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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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섯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경남도선관위는 며칠 전 6·13지방선거 중점관리대책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선거범죄 감시에 들어갔다. 가짜뉴스, 금품 살포, 허위사실 공표, 공무원의 선거 관여, 난립하는 여론조사와의 전쟁이다. 유권자의 눈도 날카로워진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무엇이 참말인지, 역사의 한 페이지에 또렷이 새겨 넣으려 오천만 개 펜이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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