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사 '중도금이자 면제·계약금 일부 인센티브' 제공
기존 계약자 "상대적 박탈감"…법원 "건설사 자율영역"

건설사가 미분양 아파트를 싸게 분양하거나 별도의 혜택을 준다면 잘못된 것일까? 아닐까?

창원의 한 분양 아파트 기존 계약자는 "미분양분에 대해서만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부동산 업계는 "시행사·계약자 간 상도덕 수준에서 풀어야 할 문제"라고 조언한다.

창원지역 한 아파트는 지난 2016년 3월 분양에 들어갔다. 창원시 지난달 기준 자료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37%가량 미분양으로 남아있다. 이에 시행사 측은 잔여 가구를 분양 중이다.

그런데 이미 계약한 이들은 "시행사가 미분양분을 처리하고자 별도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먼저 계약한 우리는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예비 입주자 대표 ㄱ 씨는 "현재 시행사가 미분양 계약자에게 '중도금 대출 유예를 통한 이자 면제 혜택'을 주고 있다. 또한, 계약금 일부를 인센티브로 돌려준다는 홍보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계약하는 이들이 먼저 계약한 입주자보다 많게는 1300만 원가량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주장하며 "우리에게도 차별 없이 같은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행사 관계자는 "중도금 최종 납부 기한이 오는 3월이다. 따라서 지금 계약하는 분은 중도금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영업 측면에서 이에 따른 효과를 말씀드리는 것"이라며 "(계약금 일부를 인센티브로 돌려준다는 것은) 1~2월은 분양 비수기이니 분양 독려 차원에서 가전제품 지원 등을 예정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이 와전된 것"이라고 했다.

이 아파트는 '계약 조건 안심 보장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추후 계약 조건 변경 때, 기존 계약자도 동일하게 소급 적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계약일 차이로 인해 2차 계약금 및 중도금 납부 일정 변경은 예외'라고 해놓았다.

시행사 관계자는 "중도금 일정 때문에 발생한 상황으로 먼저 계약한 분 가운데 속상해하시는 이들이 있는 것 같다"며 "이번 주부터 입주 예정자와 소통하는 자리를 정기적으로 마련해 잘 풀어나가겠다"고 했다.

이렇듯 분양조건 변경에 따른 형평성 문제는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박성준 공인중개사는 "판매 가격은 판매자가 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마트 판매자가 특정 물건을 오전에 100으로 팔다가 오후에 80·70으로 낮춰 팔 수 있지 않으냐"며 "하지만 부동산은 금액이 매우 크다. 기존 계약자들 처지에서는 가치 하락까지 생각하기에 반발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느 쪽이 옳고 그르다'로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상도덕 수준에서 판단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했다. 박 공인중개사는 "만약 선계약자들이 할인 분양 관련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승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법원은 이와 유사한 상황에서 건설사 손을 들어줬다.

울산지역 한 아파트 계약자들은 지난 2010년 5~8월 4억~5억 원에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이후 시행사는 분양률 저조로 최초보다 33% 할인된 가격에 분양했다.

이에 기존 분양계약자들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미분양 물량이 많아 판로를 모색하는 차원에서 매매대금과 지급 시기·방법 등을 결정하는 것은 건설사 계약자유 영역에 해당한다"며 "건설사는 경제 사정이나 부동산 경기에 따라 수익을 확보하고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분양가를 변경할 자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기존계약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정상철 창신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건설사 처지에서 미분양 물량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이른바 떨이를 하기 위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문제는 선분양 제도 폐해 가운데 하나다"며 "반면 후분양제는 만들어진 물건을 앞에 놓고 현재 가격으로 팔고 사는 것이다. 따라서 후분양제라면 이러한 부작용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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