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지역 봉사동아리 학생 8명 21일 출국...보고 의무 없어 학교, 교육청도 몰라
교육청, 도청, 산청군 관계자 급파, 청와대는 서울대 의료진 파견

경남지역 중·고교 여학생 8명이 보호자나 인솔자가 없는 상태에서 캄보디아로 국외 체험을 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이 가운데 2명의 학생이 위중한 상황이다.

안전사고는 방학을 가리지 않지만 학생이나 학부모는 방학 중 이동활동을 학교에 보고할 의무가 없다. 이 때문에 학교와 교육청도 모르게 떠나는 국외 체험·탐방 과정에서 발생할 수도 있는 안전사고 예방과 사고 시 대처를 할 수 있는 보고체계가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시 오겠다" 약속 지키려다 = 산청지역 봉사동아리 중·고교생 8명 중 일부는 지난 2015년, 2016년, 2017년에도 캄보디아를 다녀왔다. 지난해 여름 방학에 11일간 캄보디아에서 봉사활동을 한 학생은 현지 아이들에게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고, 이를 지키고자 지난 21일 캄보디아로 향했다.

첫날 일정은 시아누크빌에 도착해 숙소에 짐을 푼 후 물놀이를 할 계획이었다. 22일 아침 씨엠립 공항에 도착한 이들은 현지인이 운전하는 승합차를 타고 시아누크빌로 이동 중 바이에이구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날 추돌사고로 다친(중상 4명·경상 4명) 학생은 현재 프놈펜 깔맷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1명은 머리 수술을 했지만 의식이 없는 상태이고, 1명은 머리 출혈과 장 파열로 수술할 수 없는 상황이라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 또 1명은 턱 골절, 1명은 두개골 뼈에 금이 가는 중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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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오후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등이 경남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캄보디아 여행 중 교통를 사고 당한 산청중고등학생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김구연 기자

청와대는 학부모와 도교육청·산청군의 요청으로 서울대 의료진을 23일 캄보디아로 급파했다. 의료진은 현지 수술까지 고려해 신경외과, 소아과 중환자실 전문의, 응급의학과 교수진과 간호사 등 7명으로 꾸려졌다.

◇학교는 몰랐던 12일간 국외여행 = 22일 오전 사고 소식을 처음 접한 산청중학교는 이 같은 내용을 교육청에 보고했다. 이후 학교로부터 통보를 받은 교육청은 긴급 조치에 들어갔다.

산청고는 가정통신문을 통해 겨울 방학 중 안전사고 예방교육을 했다. 내용 중에는 '학생이 여행, 등산, 야영 등을 떠날 때는 반드시 부모의 허락을 받고 사전에 학교에 허가를 받도록 한다'고 적혀있다. 하지만, 이는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캄보디아로 떠난 산청고 학생 2명은 학교에 알리지 않았다. 사고 당시 인솔자나 보호자도 없었다.

이번에 사고를 당한 산청고 학생 2명은 지난해 여름 방학 캄보디아 봉사활동을 떠나면서 현장체험학습 계획서를 제출했다. 여기에서 학생 국외체험 보고체계의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산청고 인성교육부장은 "지난 여름 방학은 하루가 출석과 연계돼 있어 현장체험학습 계획서를 신청했다. 하지만, 올해 캄보디아 일정은 겨울 방학 중 보충수업 기간도 아니어서 어떤 보고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학교 출결상황관리 규정을 보면 학교장은 교육과정 이수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현장체험학습을 허가할 수 있다. 이때 현장체험계획서를 작성해 신청하면 학교장이 심사 후 승인하고, 결과 보고서를 통해 출석으로 처리된다. 그러나 방학기간은 출결과 상관이 없어 '여행 시 사전에 학교 허가'를 현실적으로 강제할 수 없다. 현재 도내 교육기관은 방학 기간에 얼마나 많은 학생이, 어디로 국외 활동을 떠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청·도청·산청군 직원 급파 = 교육청은 사건을 접한 직후 22일 현지에서 가까운 베트남 호찌민 한국국제중학교 이윤섭 교장(교육부 관리학교)에게 파견 요청했고, 23일 오전 11시 교육청 장학사와 산청교육지원청 장학사를 캄보디아에 보냈다. 교육청은 23일 이례적으로 두 차례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교육청-정부 부처 간 협조와 지원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송기민 부교육감을 본부장으로 사고수습본부를 가동했다.

경남도 역시 23일 오전 호찌민 사무소장을 사고발생 현장에 파견해 피해 상황 확인과 피해학생·가족 이송 등을 돕게 했다. 도는 교육청이 산청중학교에 설치한 사고수습상황실에도 직원을 파견했다. 도는 외교부와 교육청·산청군 등과 협조체계를 유지하면서 사고 수습을 지원할 계획이다.

산청군은 22일 저녁 비상대책본부를 구성한 데 이어 23일 오전 긴급 상황회의를 열어 문화관광과장 등 직원 2명을 현장에 급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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