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청, 비엔날레 참여작 처리에 곳곳서 비난
창원 마산항 사업…'연기 문신' 등 2점 다른 공간 재설치

창원 마산항에 있던 조각품이 사라졌다?

지난달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있던 데니스 오펜하임(1938~2011)의 '꽃의 내부'가 철거돼 논란이다. 해운대구가 부산비엔날레조각위원회에 의뢰한 작품으로 2010년 설치했다가 해수욕장 도로 확장공사와 편의시설 설치 등 이유로 사라졌다.

최근 해운대구의 일방적인 행정을 두고 데니스 오펜하임 유족은 "이 파괴 행위는 미술품 창작 활동에 나쁜 선례"라는 입장을 내놓았고,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작품을 고철로 팔아 치운 해운대구청을 향해 '반문화적 작태'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2014년 창원조각비엔날레 작품 3점이 설치돼 있던 마산항에 가림막이 생겼다. '외부인 출입금지'라는 안내판도 내걸렸다.

지난해 11월까지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항 중앙부두에 있던 박승모 작가의 작품 '연기 문신' 과거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조각품은 어떻게 됐을까?

먼저 조각가 문신(1923~1995)의 모습을 형상화한 박승모 작가의 '연기 문신'은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으로 옮겨졌다. 지난해 말 미술관 제1전시관 옆 공터에 새롭게 설치됐다.

왕중 작가의 '환영 No.2'는 마산조각공원에서 볼 수 있다. 한 달 전 공원 내 많은 조각품 사이에 터를 잡았다.

이와 다르게 마산항 중앙부두에 있는 한원석 작가의 '달의 창'은 그대로다. 이 작품은 마산이 번창하던 시절부터 있었던 쌍용양회 사일로(silo·시멘트 저장고) 잔해를 합쳐 만들어졌다. 사일로는 가동 중단으로 지난 2013년 철거 작업에 들어갔지만 현재 '달의 창'은 전국 7대 도시에 꼽히던 마산의 한 일부로, 근대산업유산의 한 부분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굴착기가 돌아다니는 곳에서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창원시와 마산지방해양수산청에 따르면 두 기관은 서항부두와 1부두, 중앙부두를 잇는 항만구역을 친수공간으로 바꾸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문화예술공간과 해양레포츠공간 등이 들어서고 방재언덕도 만들어진다.

박승모 작가의 작품 '연기 문신'이 현재 문신미술관 제1전시관 옆 공터에 옮겨서 설치된 모습. /이미지 기자

창원시 관계자는 "사일로는 이전이 불가한 작품이다. 관계기관과 협의해 존치하기로 했다. 또 다른 두 작품은 마산 내 적합한 공간으로 옮겨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담당자는 "'달의 창'은 앞으로 새롭게 조성될 마산항에서 제 역할을 할 것이다. '연기 문신'과 '환영 No.2'도 새 공간에서 활력을 줄 것이다"고 기대했다.

창원시는 이번 작품 이전 설치와 관련해 창원조각비엔날레 총감독과 상의를 했고 2014년 당시 작가들에게 작품이 이전될 수 있음을 미리 알렸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부산의 사례로 지역에서 영구 설치되는 조각품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영준 김해문화의전당 큐레이터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중섭 작품이 좀 훼손되었다고 폐지로 팔지는 않습니다. 조형물이 훼손되었으면 당연히 복원할 일이지 고철로 팔아버리다니…"라고 했다.

홍경한(강원국제비엔날레 예술총감독) 미술평론가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부산 해운대구가 8억짜리 데니스 오펜하임 유작을 단돈 몇 푼에 고철로 팔아버렸다. 이는 무지함을 무지하다 인지 못하는 미필적 반달리즘이자 공공미술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야만적 행정의 한 사례다"고 꼬집었다.

한달 전 마산조각공원으로 옮겨 온 왕중 작가의 '환영 No.2' 모습. /이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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