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치기를 반복하다 고민 끝에 나는, 기사 첫 머리에 '끝내'라는 부사를 달아 송고했다.

출고한 첫 문장은 이랬다.

'…윤이상 선생 유해가 끝내 고향 통영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신문사는 '끝내'를 '마침내'로 고쳤다. 뜻 차이가 있어 '마침내'로 수정한 문장이 더 정확하다.

맞고 틀리고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김정숙 여사가 베를린 묘소에 통영 동백나무를 심고, 부인 이수자 여사가 "선생은 '내 고향 통영' '내 고향 통영'이란 말을 하시며 돌아가셨다"는 말에, 절절한 아픔에 짓눌려 나는 '드디어'라는 드라마틱한 뜻을 포함한 '끝내'를 선택하고 말았다.

'끝끝내 돌아오시게 됐다'라는 뜻으로 쌍기역 된소리 강렬한 어감도 이 단어 선택 이유였다.

데스크와 이심전심(?)은 늘 그렇듯 없었다.

사실상 이장해도 좋다는 베를린시의 공문에 의하면 빠르면 3월 말 선생은 귀향한다.

그날, 선생을 모신 통영사람들의 대견함은 삼삼하다 못해 감격적일 것이다.

허동진.jpg

친북 논란 이전의 항일 이력, '동베를린 사건'으로 복역한 다음 1969년 독일로 돌아가 고향으로 돌아오기까지 반백 년의 항적, 생전 독일에서 멸치를 선물받자 "통영, 통영멸치!"라며 절규했다는 이야기며, 대마도에서 어선을 빌려 타고 통영 바다를 바라보며 통곡했던 선생의 늦은 귀향….

그리고 슬슬 보수언론과 단체의 반발이 시작된다.

하지만 유해는 돌아가시면서도 말했다던 "내 고향 통영" 땅이 받아 안아줄 것이고, 베를린에 심은 통영동백과 함께 고향 무덤에는 동백꽃이 찬란하겠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