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아파트 구조 변화로 계절 가전 인식 낮아져 수요자 늘고 판매량 급증

빨래가 잘 마르지 않는 장마철에 주로 사용하는 계절 가전으로만 인식되던 의류건조기가 계절 구분 없는 필수 가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이마트 창원상남점에 따르면 의류건조기는 지난해 12월부터 하루 평균 4대씩, 한 달에 120대꼴로 팔리고 있다. 인기 모델은 주문 후 제품을 받기까지 3~4주나 걸린다. 인근 롯데백화점 내 한 가전매장에서도 주말 하루 동안에만 15대가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의류건조기는 국내에서 60만 대가 팔렸다. 올해는 70% 가까이 성장하며 판매량이 1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의류건조기는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실내에서 편리하게 빨래를 건조할 수 있고, 건조시간을 단축해 가사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비싼 가격대와 계절 가전이라는 인식 탓에 선뜻 구매하기에는 심리적 장벽이 높았다.

22일 롯데백화점 창원점 가전매장에서 직원이 고객에게 설명을 하고 있다. /강해중 기자

그런데 최근 생활·환경적 요인의 변화가 건조기를 인기 가전제품으로 부상시켰다. 미세먼지가 계절을 가리지 않고 기승을 부리면서 창문을 열고 빨래를 말릴 수 없는 날이 많아졌다. 또한 최근 지어진 아파트는 대부분 베란다 확장형 구조여서 빨래 건조 공간이 마땅치 않다. 이 때문에 날씨에 상관없이 편리하게 빨래를 말릴 수 있는 건조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여기에 기술 발달도 힘을 보탰다. 요즘 나오는 건조기는 의류 속 세균 살균 기능과 구김 방지 기능이 탑재돼 있다. LG전자가 지난달 내놓은 새 제품은 한국의류시험연구원(KATRI) 시험 결과 황색포도상구균, 녹농균, 폐렴간균 등 유해 세균들을 99.99% 없애준다. 게다가 소비전력을 대폭 낮춰 전기요금 부담도 줄였다.

이런 이유들로 신혼부부와 자녀를 둔 가정, 이사를 준비하는 가구를 중심으로 건조기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실제 구매자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 직장인 김형진(34·창원시 진해구 자은동) 씨는 "지난달 의류건조기를 구매했다. 빨래를 건조대에 널지 않아도 돼 무척 편리하다"라며 "특히 먼지를 털어주는 기능이 있어 아기를 둔 부모 입장에서 안심된다. 건조기를 사용하는 직장 동료들도 매우 만족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에 사는 황모(38) 씨도 "옷에 있는 먼지를 제거해줘 집안 먼지도 전체적으로 줄었다. 그래서 두 번 할 청소를 한 번만 하면 된다. 또 맞벌이를 하는데 빨래를 건조대에 너는 과정이 사라져 시간 여유가 많아졌다"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롯데백화점 창원점 가전매장 관계자는 "의류건조기에 대해 문의하거나 구매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 직접 사용해본 지인을 통하거나, 인터넷에서 입소문을 타고 구매하는 고객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하이마트 상남점 관계자는 "유럽이나 미국은 의류건조기가 보편화돼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보급률이 15% 정도에 머물러 있다. 지난달부터 의류건조기 판매량이 상승세를 보이는데 앞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