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여성이 바꿀 수 있다] (하) 공천할당제 의무화해야
지역구·비례대표 후보 통과 '바늘구멍'
가산점 제도 이행·지원 확대 등 주문도

지방의회 정당 공천이 지역을 중앙정치에 더욱 종속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정당정치 구현과 비례대표제도를 통한 여성 정치참여 확대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여성의원들은 정치에 첫발을 떼기가 어려운데 이만큼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비례대표제 역할이 컸다고 보고 있다.

비례대표로 정치에 입문했지만 지역구 의원으로 살아남는 여성의원 수는 적다. 공천 관문을 통과하기 어려워서다. 공천 과정에서 여성후보는 조직·재정능력 등 당선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단체와 정치전문가들은 여성의 정치대표성을 확대하려면 정당 공천할당제부터 적극 실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는 6·13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현역 여성의원과 후보들에게서 다양한 여성 정치참여 확대 방안을 들어봤다.

◇'여성단체장 30%' 될 때까지 = 양산시의회 재선의원인 심경숙(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7일 양산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도지사 후보로 김영선 자유한국당 후보가 출마선언을 한데 이어 기초단체장 여성 후보로는 현재까지 심 의원이 유일하다. 간호사 출신으로 노동운동을 하다 2006년 민주노동당 기초의원으로 도전했으나 실패했고, 2008년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떨어졌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양산시 최다득표자, 양산시 최초 지역구 여성의원, 다른 지역 출신 최초 의원, 진보정당 첫 원내진입 등으로 주목받으며 의회에 진출했다. 이후 민주노동당 분당으로 통합진보당으로 옮겼으나 2014년 탈당, 2016년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재선의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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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의원은 "여성은 남성과 정치하려는 목적이 다르다. 권력이나 명예에 대한 욕심보다는 여성은 더 나은 삶과 지역 사회를 바꾸려는 절실함이 있다. 정당이 여성의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히 "양산은 문재인 대통령이 사는 지역이고, 문 대통령은 초기 내각에 '여성장관 30%'는 물론 고위공직자에 여성을 앉히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집권당으로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성할당제와 여성·청년·정치신인에게 부여하는 가산점(25%) 제도를 잘 지켜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대표성 보완' 비례대표 취지 살려야 = 경남여성단체연합 김경영 상임대표는 민주당 도의원 비례대표 후보를 준비하고 있다. 여성활동가로서 기존 정치에 대한 거리두기와 정치혐오 인식이 컸지만 "여성운동 숙제를 정치판에서 연장할 수밖에 없다"며 또 다른 여성운동으로서 정치 참여를 결정했다.

비례대표 후보도 당내 경쟁이 치열해 '정치 초보'에게는 높은 문턱이다. 김 대표는 "현재 도의원 55명 중 5명이 비례대표다. 비례대표 몫이 적은데다 당에 할당되는 의원 수도 2~3명일 텐데 정치대표성이 약한 부분을 비례대표로 확장하려는 원래 취지에 맞게 후보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당 기여도나 당리당략에 좌우되지 않고, 여성 대표성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안목을 갖고 후보를 결정해야 한다. 표 등가성을 확보하려면 교호순번제(1·3·5…)에 연연하지 말고 여성을 전진배치하는 정책적 판단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성의원 바라보는 시선 변해야 = 경남도의회 정연희(자유한국당) 의원은 3선에 도전한다. 창원시의회 비례대표로 정치를 시작한 정 의원은 지역구 도의원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정 의원은 여성의 적극적인 참여가 우선이라고 했다. 그는 "비례대표를 하려는 여성은 많지만, 지역구는 피하려 한다. 막연히 선거가 어렵다고 생각해 용기를 내지 못하는 것 같다. 솔직히 선거운동을 해보면 보수적인 지역 특성 때문에 여성후보가 힘든 건 사실이다. 그러나 막상 여성의원을 뽑고 나면 주민과 밀접한 작은 것 하나라도 잘 챙겨 지역민으로부터 인정받는다"고 했다. 정 의원은 "현재 정치구조에서 여성할당제는 강제해야 한다. 그만큼이라도 맞춰놓으니까 이 정도 여성의원이 확보된다. 그렇지 않으면 지방의회에서 여성의원이 3분의 1가량도 되기 어렵다. 이번 선거에서 홍준표 대표가 밝힌 '여성·청년 50% 공천'이 지켜지고, 여성후보 지원금도 확대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공천권 쥔 국회의원 인식 바뀌어야 = 경남도의회 하선영(국민의당) 의원은 김해시의원 재선을 거쳐 도의원으로 정치 영역을 넓혔다. 지난해 4월 대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에서 국민의당으로 옮겨 도의원 재선을 준비하고 있다. 하 의원은 "현재 통합절차를 밟고 있지만, 양당제 폐해가 큰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정치적 소신을 굽히고 싶지 않아 당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의회에 들어와서 보니 지역 현안을 두고 자신의 이해관계 때문에 하루아침에 태도가 휙휙 바뀌는 남성의원들 모습을 지켜보면서 여성이 왜 정치를 해야 하는지, 깨끗한 정치를 위해서 여성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고 절실하게 느꼈다"고 했다.

하 의원은 "의정활동 초반에 정당 거수기 역할을 하지 않으니까 '자발적인 왕따'처럼 돼버렸다. 여성 정치 참여 걸림돌로 국회의원 자질 문제가 크다. 여성 후보가 없다, 준비를 안 했다고 말하는 건 비례대표를 정치적 이해에 따른 '보은' 의미로 활용하려는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여성 정치지망생을 보는 눈이 있으면 지역에서 열심히 시민·사회활동을 하고, 전문성 갖춘 여성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 여성을 발굴하고 정치세력화하고자 더 노력해야 한다. 국회의원 인식이 바뀌어야 비례대표가 제대로 정착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기초의회 4인 선거구 확대 필요 = 진주시의회 강민아(정의당) 의원은 여성의원으로는 드물게 3선 의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비례의원을 시작으로 무소속을 거쳐 지난해 9월 정의당에 입당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4선에 도전한다.

강 의원은 "여성은 정치 진입 자체가 어려운데 진보정당 소속이어서 기존정당에 비해 공천 받기가 수월한 편이었다. 남성 중심 정치 문화가 심한 지방의회에도 2006년 정당공천제 기초의회 확대 덕분에 진주시의회에 여성의원 존재가 처음 등장했다. 여성의원 진출로 의회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 처음 정치활동 기회를 얻은 비례대표 4년 동안 열심히 의정활동을 했다. 시민이 가장 관심 있는 복지부문에 신경 썼고, 그런 부분에 시민들이 체감하면서 3선까지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강 의원은 여성의 정치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안으로 선거구제 변화를 꼽았다. 강 의원은 "지방자치를 하는 이유가 지방일꾼을 뽑아 더 밀접하게 주민의사를 반영하자는 건데, 다양한 주민의 뜻을 촘촘하게 반영하는 구조로 가려면 중선거구제 도입 취지에 맞게 4인 선거구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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