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분권이다] (2) 지방소멸
일본인 마스다 히로야 "지역의 인구·재생산력 대도시권으로 대량 유출"
한국 인구 감소 속도 빨라 남해, 산청, 합천군 소멸 위험
젊은층이 살고 싶은 곳으로 지속 가능한 지역 만들어야

"인구가 계속 줄어들어 이윽고 사람이 살지 않으면 그 지방은 소멸한다."

아주 당연한 이 이야기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그다지 당연하게 취급되지 않았다. 지금은 흔한 이야기가 됐지만…. 해마다 전국 228개 시·군·구별, 연령대별 인구분포를 근거로 그 지역 소멸 위험도와 소멸 예상연도를 추정하기도 한다. 그 발단이 일본인 마스다 히로야가 2015년에 쓴 <지방소멸>이다. 위의 이야기는 저자의 결론이기도 하다.

이와테현 현지사와 내각 총무장관을 지낸 마스다 히로야는 지방소멸의 근거를 인구의 '재생산력'에 두었다. 출생아의 95%가 20~39세 여성에게서 태어난다는 점을 들어 '20~39세 여성인구(재생산 인구)'의 비율을 재생산력의 핵심으로 간주했다. 그는 2010년 1억 2806만 명이던 일본 인구가 2050년에 9708만 명, 2100년에 4959만 명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2040년에 20~39세 여성 인구가 지금의 70%로 감소한다는 것이 근거였다.

마스다는 재생산 인구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을 이들의 대도시 유입으로 보았다. 지역은 단순히 인구가 감소한 데 그치지 않고 인구 재생산력 자체를 대도시권에 대량으로 유출당한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은 2008년부터 순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섰는데 인구감소의 속도가 도쿄보다 지역에서 더욱 빠르게 진행됐다. 특히 젊은 층 인구 유출은 전반적 일자리 감소 국면에서 지역의 상대적 고용력이 떨어져서 발생한다. 지금처럼 매년 6만~8만 명이 대도시권으로 유입될 경우 2040년경 '20~39세 여성인구'가 절반 이상 감소하는 시구정촌이 896개(전체의 49.8%)에 이를 것으로 저자는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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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평균 출산율이 2013년 이후 1.43까지 상승했지만, 인구를 유지하려면 즉시 출산율이 2.0이 돼야 한다. 현재 출산율 1.43이 이어지면 2040년에 20~39세 여성 인구는 반으로 줄어들고, 60~70년 이후에는 20%까지 감소한다는 전망이었다. 특히 지금 출산율이 유지되면 일본의 기초자치단체 중 2040년까지 20~39세 여성 인구가 50% 이하로 감소하는 시구정촌 수는 전국 896개 자치단체로 전체의 49.8%에 이른다. 이 지역은 아무리 출산율을 끌어올려도 젊은 여성의 유출로 마이너스 효과가 더 크기 때문에 결국 소멸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어떤가?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난해에 마스다 히로야의 논거에 따라 한국의 지방소멸 전망을 분석했다. 2004년 한국의 20~39세 여성인구(재생산 인구) 비중은 16.9%로 65세 이상 고령인구(8.3%)보다 2배 정도 많았다. 그런데 지난 11년 동안 재생산 인구는 2015년 전체의 13.4%로 줄어든 반면, 65세 이상 인구는 13.1%로 1:1 수준에 이르렀다. 2016년부터 그 비율은 역전됐다.

이 비율 변화에 걸린 시간은 일본이 16년, 미국이 21년이었다. 한국의 감소 속도가 훨씬 빨랐다.

재생산 인구 비중이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초자치단체는 2004년 6개에서 2014년 77개로 증가했다.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지역이다. 특히 재생산 인구는 10%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고령인구가 20%를 넘는 상대비 0.5 이하의 지자체는 그만큼 소멸 위험이 크다. 2014년 기준 전국 79개였고, 전남은 전체 22개 중 17개였다. 경남은 전체 18개 시·군 중 하동군과 합천군이 해당됐다.특히 두 지표 간 상대비가 0.19~0.25 이하(20~39세 여성 6.6~7.8%에 65세 이상 30% 이상)인 지자체 20개는 아무리 출산율을 높이더라도 30년 이내 소멸 위험이 크다. 경남의 경우 남해군이 상대비 0.22, 산청군이 0.23으로 20개 안에 포함됐다. 또, 함양군이 0.26(23위), 하동군이 0.27(26위)로 20위권 범위를 가까스로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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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인구의 수도권 집중 역시 심각했다. 마스다는 이를 '극점사회'로 표현했다. 총면적이 전국의 3.6%에 불과한 도쿄권에 전국의 4분의 1이 넘는 3500만 명의 인구가 모여 산다는 것이다. 상장기업의 3분의 2, 대학생의 40% 이상, 은행대출 잔금의 절반 이상이 모여 있다. 그렇지만 11%의 면적에 인구 절반이 집중된 한국보다는 덜하다.

마스다가 집중한 현상은 극점사회의 인구 전망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수도권 역시 인구 증가가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도시에 젊은층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온 지방이 소멸하는 한편, 대도시권은 지속적으로 출산율이 낮아지기 때문에 대도시도 어느 순간부터 인구가 감소될 수밖에 없다고 보았다. 나라 전체의 출산율을 끌어올려 인구 감소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는 대도시권으로 인구가 집중되는 현재의 거대한 흐름을 바꿔야 하고, 지역이 자립함으로써 다양성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사회 실현을 지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요지다. 이와테 현지사와 내각 총무장관을 역임한 마스다 히로야는 이 대목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지역에 주목하는 정책을 전개하는 것"이라고 했다. 인용 형식을 취하지 않고 바로 소개한다.

첫째, 인구의 유지와 반전을 지향하려면 결혼,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해 일관된 지원을 시행해야 한다. 둘째, 인구의 재배치다. 대도시권으로 인구가 유입되는 흐름을 크게 바꾸는 인구 재배치 정책이 시행돼야 한다. 셋째, 인재의 육성을 달성해야 한다. 인구감소 사회에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능력과 자질 향상이 한층 중요해진다. 더 이상 지역에서 젊은이들이 유출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지역 고용을 위한 산업 육성책과 대학 등 교육기관의 지역분산 정책을 생각할 수 있다.

지역의 지속 가능성은 젊은이에게 매력적인 지역인가, 아닌가에 달려 있다. 그래서 젊은이에게 매력적인 지역 중핵도시를 축으로 한 새로운 집적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대도시권 극점현상을 막을 수 있다. 지역중핵도시는 독보적 존재가 아니라 인접한 각 지역과 생활 경제권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집적체 구축을 지향해야 한다. 특히 대도시에 비해 주거·육아 환경이 좋은 강점을 활용해야 한다. 지역 인구를 유지하려면 현재 대학진학, 취업, 정년 등으로 한정돼 있는 지역-대도시 인구이동 기회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가령 초·중등학교 입학 전 지역거주 확대, 중노년의 지역 이주 확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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