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있는 고 윤이상 선생 묘소의 통영 이전 작업이 이루어질 것 같다. 윤이상 묘소 이전은 통영에 거주하는 유족들의 오랜 바람이었고, 이에 따라 지난해 통영시가 유족 이수자 씨의 편지를 베를린시에 보냈다. 통영시는 베를린시가 이장을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답신이 외교부에 왔다고 밝혔다.

유족들의 바람에도 윤이상 묘소 이전은 그동안 적극적으로 추진되지 못했다. 우선 윤이상이 독일 국적으로 독일에서 세상을 떠난 것이 이장의 큰 난관으로 작용했다. 윤이상이 세상을 떴을 당시 유족이 이장을 하지 않겠다고 독일 당국에 약속했다고도 한다. 우리와 달리 서구는 묘지 이장이 활발한 문화도 아니다. 그러나 윤이상 사후 20년이 넘게 흐르면서 막혔던 이장 문제도 풀린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윤이상 묘소 이장이 가능해진 것은 정권 교체 덕분임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씨가 독일을 방문했을 때 윤이상 묘소를 참배하는 장면은 통영이 낳은 세계적인 예술가가 생전에는 물론이고 사후에도 고국에 돌아올 수 없는 슬픈 현실을 되새기게 해주었다. 윤이상의 유해가 통영에 묻힌다면 고인이 생전과 사후에 부당하게 받았던 고통을 청산하고 그를 복권하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종북 누명을 벗지 못하고 꿈에도 그리던 통영을 다시 밟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윤이상에게는 사후에도 난도질이 가해졌다. 박근혜 정권은 윤이상평화재단을 블랙리스트에 올렸고 통영국제음악제 예산을 깎았다. 통영시가 침수 피해 예방을 이유로 윤이상 생가터를 도로에 편입하려고 한 것은 윤이상 지우기라는 의심을 피할 수 없었다.

고인의 유해가 통영에 돌아온다고 해서 명예회복 작업이 끝났다고 할 수 없다. 무엇보다 오길남이라는 남한 출신 탈북자가 윤이상에게 씌운 근거 없는 용공 혐의에 대해 정부 차원의 진상규명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차후 보수정권이 집권할 경우 윤이상의 고통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또 통영국제음악당도 원래 이름인 윤이상국제음악당으로 돌려야 한다. 그래서 3월 열리는 통영국제음악제는 윤이상의 넋이 마침내 고향에서 편히 쉴 수 있음을 환영하는 축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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