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는 관심 없다던 한경호 도지사 권한대행이 선거에 나설 수 있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음인가,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요즘 그의 행보가 처음 약속과는 달라져가는 징후가 뚜렷해 신뢰를 잃고 있다. 사퇴시기를 저울질하는 기색이라든지 도민사랑을 입에 담는 언질이라든지 뭔가 전과는 다른 수사적 담론을 구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건이 변했고 주변의 요청이 많다고 말한다. 듣기에 따라서는 출마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읽힌다. 부임 후 적극적인 대민관계에 시간을 할애했던 연유가 비로소 이해된다. 만일 그가 시사하는 대로 단체장 선거에 나선다면 그것은 처음부터 의도된 것이요 따라서 부여된 대행 책무에 충실하겠다며 내외에 과시했던 선명성은 빛을 잃게 된다.물론 비난할 수도, 받을 수도 없는 일이다. 자격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선거에 나설 권리는 존중돼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의 말대로 2월에 가서 정말 사퇴한다면 경남 도정은 또 어떻게 될까. 세 번째 대행체제로 옷을 갈아입을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홍준표 전 지사 사퇴 후 가까스로 충전된 행정 공백이 재연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아울러 공무원 중립의무가 잘 지켜질 것인지도 의문이다. 공직기강이 그만큼 느슨해질 개연성이 예상된다. 아무리 선거철이라고는 하지만 민생은 잠시도 중단되거나 혼란이 생겨서는 안 된다. 최종 결재권자가 또 바뀌어 행정 연속성이 단절된다면 그 피해는 순전히 도민에게 전가되기 마련이다. 권한대행이나마 자리를 지켜 혹시 일어날지 모를 비상시를 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 대행이 부동의 자세로 끝까지 자리를 지켜 전환기 도정을 잘 마무리해준다면 그것보다 다행스러운 일이 있을 수 없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역량을 충분히 발휘함으로써 정권 교체기의 지자체 안정에 기여한 공도 작지 않다. 그럼에도, 꼭 선거전에 나설 작정이라면 법적 사퇴기한을 따질 것 없이 되도록 빨리 거취를 표명하는 것이 마지막 도민에게 봉사하는 길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후임자가 도정 전반을 숙지할 수 있는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도민 이익은 더 커질 여지가 생길 뿐만 아니라 자신도 운신의 폭이 넓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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