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 측근 인사로 우여곡절 겪어
객관적 타당성 가진 전문가 기용돼야

도민구단인 경남프로축구단(경남FC)의 파열음이 좀체 사그라들지 않는다. 순수 스포츠 단체인데도 불구하고 정치적 사건에 연루되어 지탄을 받는 일이 일어나는가 하면 안으로는 불협화음이 가시지를 않아 내우외환에 영일이 없을 지경이다. 얼마 전 두 명의 대표이사가 불법을 저질러 사법처리되는 불상사를 겪은 데 이어 이번에는 내막이 자세히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대표이사가 사직서를 제출해 궁금증을 자극한다. 현 대표이사는 홍준표 전 지사가 임명했기 때문에 물갈이 수순으로 해석될 소지가 없지 않으나 전후 사정을 귀동냥해서 고려컨대 도와 구단이 껄끄러운 관계로 소원해졌거나 한경호 도지사 권한대행의 개혁의지가 담긴 것으로 추측된다. 최근 구단을 상대로 진행된 두 번의 감사가 그 개연성을 높이고 있다고 보면 타당할 것이다.

경남FC는 도지사가 구단주다. 다시 말해 도민의 자산으로 인사와 예산 훈련 등 경영 전반이 도의 통제를 받는 구조다. 그러므로 임기는 보장되어있지만 단체장이 바뀌면 대표는 스스로 용퇴함으로써 새 임명권자에게 인사 활로를 열어주는 것이 보통이다. 전 지사 때 임명된 도 직할 공공기관장들이 사퇴 압박에 내몰린 사정이 그와 같고 실제 물러난 기관장도 없지 않다. 그러나 경남FC는 창단 후 짧은 기간 우여곡절이 남다르다. 앞서 대표이사 한 명은 업무상 횡령 혐의로, 또 한 명은 임명권자의 정치적 곤경을 완화할 목적으로 교육감 주민소환을 위한 불법서명 작업을 벌였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이처럼 전력이 떳떳하지 않기 때문에 감사에 연이은 일련의 사퇴 파동이 던지는 충격은 그다지 새롭지 않다. 하지만, 시기적으로는 생뚱맞다. 2군으로 떨어져 지역 팬들의 실망감이 컸으나 경남FC는 발군의 잠재력을 발휘, 올해 1부리그로 재도약하는 계기를 일구어냈기 때문이다. 덕분으로 팬들의 환호도 되살아났다. 그러나 구단의 사기는 아직 한랭기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수들 역시 한치 양보 없는 임전태세를 갖추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구성원들의 갈등은 봉합되지 않았다. 도의 해명처럼 예산을 대폭 늘려 숨통을 열었다지만 금방 뛸 맛 나는 구단으로 변신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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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람이 말한다. 객관적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전문인을 기용치않고 측근인사에 매몰되는 임명권자 자신의 협량이 빚어낸 화근이다. 측근들은 또 어떤가 하면 일단 감투를 쓰고 나면 부여된 권한을 사유화함으로써 임명권자에게는 무조건적 충성을 다하는 반면 아랫사람에게는 줄서기를 강요한다. 누가 책임이 큰가. 인사가 만사라는 상용어는 인사권을 가진 사람에게 던지는 경구다. 심심치않게 거론되는 정무직 공공기관장의 인사폐해 역시 같은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경남FC에 대한 구조개혁이 사람 중심으로 재편돼야 할 당위성은 차고도 넘친다. 구단 성격에 부합하는 능력 있는 인물을 발탁하여 자체 정화작업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팬들은 신명나는 축구 사랑을 구가할 것이며 떠났던 후원업체는 되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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