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홍 <맛있는…> 임신행 <할머니의…> 펴내
마음의 성장통 위로하고 우정 소중함 일깨워

아이들의 마음을 다독이고 조언하는 책 2권이 나왔다. 농부시인 서정홍 씨는 '혼자가 아니다'며 아이들을 따뜻하게 감싸안는 동시집을 냈고, 아동문학가 임신행 씨는 동화를 통해 공부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음을 이야기한다.

◇동시집 <맛있는 잔소리> = 아들아, 놀 시간도 없는데/공부할 시간이 어디 있냐?/아이들은 놀려고 세상에 태어났어./공부하려고 태어난 게 아니란 말이야/빨랑빨랑 책 덮고 나와/중략/일어나 보니 한밤중이다/꿈속이지만…/그래도 기분이 좋다/맛있는 잔소리다.(<맛있는 잔소리> 중)

농부의 마음으로 시를 쓰는 서정홍 시인이 이 시대를 사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잔소리를 건넨다. 가난하고 힘들지만 정겹게 살아가는 이들을 담은 동시집 <맛있는 잔소리>를 펴냈다.

<맛있는 잔소리>는 모두 4부로 나뉘어 있다. 1부에는 어린이인 '내가' 주인공이 되어 식구 이야기를 담았다. 2부에서는 아이들 삶과 꿈을, 3부에는 이웃들 삶을 노래한다. 4부에는 자연의 소중함과 자연과 어우러져 사는 삶을 배우고 느낄 수 있는 시들을 모았다. 시인은 예순아홉 시편을 써 내며 각박한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도록 희망의 숨결을 불어넣었다.

동시집에는 가난하고, 공부를 못하고, 어른들에게 상처 받은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서 시인은 아이들이 턱 막힌 숨을 틔우고 마음을 돌보는 길을 마련한다. 가난하지만 식구들이 함께 있어 '오늘도 맑음'이라고 말한다. 때로는 공부만 하지 말고 밖에 나가 신나게 놀라고 잔소리하는 어른의 말에 귀 기울이기도 한다.

학교, 학원, 숙제하려는 아이에게 '나가 놀아라'라고 하는 '듣고 싶은 말'과 손 씻으라고, 책 읽으라고, 방 치우라는 엄마 말을 듣지 않는 네 살 은서가 '신발 신어야지' 말은 찰떡같이 듣는다는 '놀고 싶은 은서'는 힘들고 분하고 섭섭한 아이들 마음을 달랜다.

농사지어 살면서 이웃하는 산골 마을 사람들 삶이 곧 시가 된다. 시장에서 무를 파는 어머니, 풀 매는 아버지, 모 심는 할머니가 있다. 깊어가는 가을 마을 참나무 숲에서 떨어진 도토리를 함께 줍는 주민들을 녹인 '한 식구처럼'은 함께 살아가는 정과 온기를 느낄 수 있다.

시인의 말에서 그는 "키가 크든 작든, 몸이 뚱뚱하든 야위든, 얼굴이 잘생겼든 못생겼든, 집안이 가난하든 부유하든, 일등을 하든 꼴찌를 하든, 기죽지 말아요. 기가 죽으면 살아도 산 것이 아니거든요"라며 아이들마다 겪고 있는 성장통을 따뜻하게 위로한다.

서 시인은 시집 <58년 개띠>, <아내에게 미안하다>, <내가 가장 착해질 때>, <밥 한 숟가락에 기대어>, <우리 집 밥상>, <나는 못난이> 등을 펴냈다.

동시집 <맛있는 잔소리> 표지.

◇동화 <할머니의 그 물마중> = 아동문학가 임신행 씨가 두 할머니의 참 우정을 전하는 동화 <할머니의 그 물마중>을 펴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어머니 아버지의 사랑도 소중합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친구와의 우정도 아주 소중합니다. 옆에 있는 친구를 소중히 여기어 서로 배려하며 어른이 되었으면 하고 이 책을 만들었습니다"라고 소개했다.

요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는 경호 할머니와 요양원에서 살고 있는 민주 할머니 이야기다. 두 할머니는 어린 시절을 같이 보내고 젊은 시절 서독에서 간호사로 일했다. 뒤늦게 귀국해 요양원에서 경호 할머니와 함께 일하던 민주 할머니는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알코올 중독이 된다. 경호 할머니의 보살핌으로 알코올 중독에서는 벗어났으나 우울증에 치매까지 겹쳐 요양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남은 돈도 없어 요양원에서 눈치를 보고 있지만, 경호 할머니는 한결같은 지극한 마음으로 민주 할머니를 돌본다. 이가 없는 민주 할머니가 족발이 먹고 싶다고 하자 경호 할머니는 자신의 틀니를 끼워주고, 그 상태로 민주 할머니는 눈을 감는다.

경호 할머니를 통해 저자는 아이들에게 말한다.

"친구는 서로 소중하게 여기고 늘 배려하는 거기서부터 이어져요. 배려. 어려운 것이 아니고요, 도와주려는 마음과 보살펴 주려는 마음 씀씀이예요."

저자는 창신대 문예창작과와 창원대 평생교육원 교수를 역임했으며, 시집 <동백꽃 수놓기>, 자연생태 동시집 <우포늪에는 별똥별이>, 동화집 <베트남 아이> <꽃불 속에 울리는 방울 소리> <우포늪 아기도깨비> 등을 냈다.

동화 <할머니의 그 물마중>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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