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경남의 지자체, 의회와 더불어 기업이 직접 나서서 중형조선소의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정부호소문을 발표하였다. 중앙정부가 중형조선소의 경영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좀 더 구체적인 정책을 시행해달라는 요구를 한 것이다. 지역사회의 이런 여론은 조선 관련 업체가 밀집된 결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긴급한 요청이 조선산업의 명운을 사실상 결정하는 분기점이 될 수도 있기에 그 의미는 각별하다.

물론 지역사회와 관련 이해당사자의 요청을 두고 자신들의 사정이나 필요를 앞세운 행동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중앙정부가 조선산업 관련 정책을 더욱 상세하고 구체화하라는 주문으로 이해해야 한다. 조선산업의 생사 여부를 두고 전임 정부시절에는 아무런 결론 없이 오히려 폭탄을 감추고 숨기기에 급급하였다고 볼 수도 있다. 세계 조선산업이 공급과잉이라는 현실에 직면해 있던 와중에도 국내 중형조선소 일부가 보였던 기업 확장과 같은 공격적 경영은 경영부실의 단초가 되었다. 물론 민간기업의 결정내용을 두고 정부가 어떻게 왈가왈부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중앙정부가 제대로 된 산업정책으로 조율과 조정을 조기에 시도했더라면 위기가 이렇게 확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중앙정부가 적기에 필요한 정책을 시행했다면 상황이 이렇게 악화하지 않았을 거라는 이해당사자의 원망을 탓만 하긴 곤란하다.

이제라도 중형조선소의 운명을 가늠할 정책을 좀 더 구체적으로 시행해달라는 이해당사자의 요구는 그리 복잡한 게 아니다. 쉽게 말해 시장에서 말라버린 조선수주를 정부가 나서서 발주물량을 늘려주거나 구조조정으로 발생하는 퇴직자에 대한 각종 지원방안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이런 정책적 의미의 연장선상에서 선수금 환급보증(RG) 발급을 확대하면서 이를 재정적으로 뒷받침하는 특별기금을 조성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조선업체의 현금흐름을 가능하게 하는 금융지원방안과 자금의 확보문제는 분명히 다른 전제조건이 있어야 가능하다. 즉, 중앙정부가 중형조선소 관련 산업정책을 가이드라인 형태라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왜냐면, 중형조선소의 운명을 시장에만 맡기기보다 업무를 특화하고 전문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기에 더욱 절박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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