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송전탑 반대 주민, 검찰에 진상조사 촉구…한전 합의압박 비판도

"문재인 대통령께서 지금까지 왜 이렇게 우유부단한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 할배, 이 자리에서 죽어야만 우리 주민들의 안타까운 호소가 전달되고 해결되겠습니까."

17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를 찾은 밀양시 부북면 평밭마을 이남우(76) 어르신은 절절한 호소를 이어갔다. 이날 밀양765㎸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는 밀양송전탑 보상금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주민 입장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했다.

대책위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13년째 지속되고 있는 밀양송전탑 갈등을 풀어가려는 노력은 지지부진한 가운데, 100여 가구로 줄어든 반대 주민들 고통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며 "반대 주민들은 지금 애가 탄다. 찬반 갈등이 지속한 마을들에는 형사 고발이 난무하고, 스트레스로 발병하는 주민이 나오는 등 붕괴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책위는 <경남도민일보>가 보도한 단장면 한 마을 전 이장부부의 한국전력공사 표충사 지원금 유용 사건에 대해 철저한 검찰 수사와 정부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대책위는 "표충사는 밀양송전탑과는 직선거리로 7㎞나 떨어져 있다"며 "'표충사 주지 스님이 사찰 운영비가 없어 한전에 알아봐 달라'고 해서 한전으로부터 1차분으로 2억 8000만 원을 받았다는 ㄱ 전 이장 해명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표충사 신자들이 뭉쳐서 데모를 할 우려' 때문에 공사가 끝나고 3년이 다된 2016년 10월에 수억 원의 공기업 자금을 표충사에 지원했다는 한국전력의 해명도 이해할 수 없다. 검찰은 몸통인 한국전력에 대해 계좌 추적과 압수수색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반대 주민들은 송전탑 공사가 끝났는데도 한전이 합의 등을 요구하며 자신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최근 150여 미합의 주민에 대한 한전의 합의 시도가 여러 마을에서 포착됐다. 마을공동체 분열이 자명한 상황이므로 한전의 움직임을 파악해 달라는 대책위의 요청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전혀 움직임도 없고 담당도 없다고 알려왔다"며 "산업부는 지금이라도 송전탑 공사 강행과 그 과정에서 마을마다 돈으로 찢어놓은 공동체 회복을 위해 한전과 밀양 반대주민을 조정할 의무가 있으나, 오히려 한전과 함께 거짓으로 일관하며 한전과 찬성 주민을 비호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고정마을 보상금 문제 관련 민사소송 1심 판결에 대해 재판부도 비판했다. 이계삼 사무국장은 "창원지법 밀양지원이 고정마을 마을공동사업비 처분 및 분배 사건을 비롯해 최근 3차례에 걸쳐 밀양송전탑 반대 주민에 대한 이해할 수 없는 가혹한 판결을 내린 바 있다"며 "일련의 판결을 볼 때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 막바지에 평밭마을 한옥순(72) 어르신은 보상금 비리 의혹을 국정농단에 빗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원 돈을 갖고 자기 집을 수리했던 것처럼, 현재 밀양이 그런 상황이다. 반대 주민들이 몸과 마음, 목숨 바쳐 싸웠는데, 돈은 찬성 주민들이 갈라먹는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 이건 큰 비리다. 이 비리를 꼭 밝혀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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