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교육의 진화 '미디어 리터러시'
기존 NIE에서 한 단계 발전...다양한 정보 '능동적 해석'
가짜 뉴스 범람하는 현실 속 학교 필수교육 자리 잡아가

딩동. 지난해 말 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2014년, 2015년까지만 해도 신문마다 한 면을 차지하고 경연대회까지 열린 NIE(newspaper in education·신문활용교육) 관련 내용이었다. 스마트폰 보급률 1위 국가에서 신문 읽는 학생은 쉽게 연결되지 않기에 일반인들에게 NIE는 이제 생소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학교 현장은 달랐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핵심 역량 6가지(자기 관리·지식정보 처리·창의적 사고·심미적 감성·의사소통·공동체 역량) 중 '의사소통 역량'과 '지식정보 처리 역량'이 미디어 교육과 직접 연관되면서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다. NIE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와, 확장된 개념인 '미디어 리터러시(literacy·문자화된 기록물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얻고 이해하는 능력)'를 살펴봤다.

◇신문 활용 교육은 = NIE는 'Newspaper In Education'의 약자에서 알 수 있듯이 신문을 교육에 활용하는 것이지만 개념이 확대되면서 'News In Education'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한국NIE협회 자료에 따르면 NIE를 처음 소개한 신문은 조선일보로, '수업에 신문을'이란 제목의 신문칼럼(1990년 6월 28일 자)에 NIE가 처음 등장한다. 미국 애틀랜타 드라이시티 고등학교의 사례가 소개됐다. NIE 지면을 처음 발행한 곳은 중앙일보로 1995년 3월 NIE 난이 시작됐다. 이후 다양한 신문에서 NIE 난을 찾아볼 수 있었고, 각급 학교 교사와 학부모들이 토론 수업과 논술 활동에 활용했다.

창원여자중학교 신문 스크랩 활동 모습. /창원여자중학교

경남도교육청은 전자신문활용교육(e-NIE)을 2014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지원을 받은 학교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협약을 통해 미디어포털교육(forme.or.kr)에서 다양한 신문기사와 프로그램을 받아 수업시간에 활용하고 있다. 교육청은 '온라인 뉴스 활용교육(e-NIE) 지원사업'을 통해 2014년 100개, 2015년 100개(2학기만 지원), 2016년 338개, 2017년 315개 학교에 지원했다.

학교 수업은 다양한 형태로 진행된다. 창원여자중학교는 교과 수업에 활용은 물론 학교특색교육활동으로 전교생 767명을 대상으로 신문 스크랩 활동을 했다. 필수 활동으로 신문 기사를 읽고 스케치북에 붙이고 마음에 드는 문장이나 표현을 형광펜으로 표시한다. 또한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는 것에 익숙한 학생들에게 신문 스크랩 활동 필요성이 크게 와닿았을까? 학교 자체 설문 조사 결과 "신문 스크랩 활동이 필요하다" 27.7%, "보통" 41.7%, "그렇지 않다" 30.6%로 나타났다.

예상되는 결과임에도 창원여중이 신문 스크랩 활동을 학교 특색교육활동으로 펼친 이유는 뭘까? 전현영 NIE 담당교사는 "NIE에서 발전한 형태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학교에서 강조되고, 또 확산하고 있다. 비판적 사고 함양을 목적으로 하지만 바탕이 되는 것은 읽기, 쓰기, 정리하기이다. 신문 스크랩 활동이 기본 활동이 되기에 전교생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 전현영 교사가 언급한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는 교사들에게도 개념이 생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은 '현장 교·강사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 초·중학교 교사 340명 가운데 "미디어(뉴스) 리터러시 교육을 들어봤다"고 답한 비율은 각각 61%, 71%로 나왔다. 미디어교육, 뉴스활용교육 등 다른 관련 용어 친숙도는 평균 96%였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신문·방송을 넘어 영화·광고·1인 방송 등 다양한 미디어에서 나오는 정보를 단순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검토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학교에서는 NIE 등 전통적 미디어 교육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교육 방식이다.

2016년 미국 대선 과정에서 가짜 뉴스 논란이 일었고,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범람한 가짜 뉴스들이 실제 선거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미디어 리터러시에 관심이 급증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더욱 익숙한 학생들에게는 더욱 필요한 교육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전 교사는 "NIE에 관심을 둔 교사는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개념을 잘 파악하고 있다. 경남에서는 도입을 넘어 실제 수업에서 1인 미디어 방송 이해를 위한 수업 지도를 하는 등 컴퓨터 사용, 정보 해독 등 다양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부산에서 열린 미디어 리터러시 연수에 창원·김해 등 도내 교사 참여도 높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종이 신문이 고등학교에서 막강한 역할을 한다. 창원 문성고등학교 전효창 교사는 "스마트폰이 학생들에게도 필수품이 되면서 학교 현장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도 강조되는 추세지만 고등학교에서는 여전히 신문 활용이 높다. 뉴스를 수업으로 가져오면 학생들은 흥미를 느끼고, 학생부종합전형 입시가 강화되면서 NIE 활동이 큰 영향을 준다. 전공 관련 기사를 스크랩하고 글을 작성하는 활동 등이 높이 평가된다"고 말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한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지난해 8월 미디어 리터러시와 뉴스 교육 관련 이슈분석과 전문 정보를 제공하고자 계간 <미디어 리터러시>를 창간했다. 최근 나온 겨울호에는 이러한 글이 소개된다. 학교에서 NIE가 재조명 받고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확산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공식적인 교육과정이 끝나면 뉴스가 선생님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 감각에 영향을 미치고 우리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언론 매체의 특별한 능력에 대해 전혀 체계적으로 지도받지 않았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