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개헌·정개 특위가 지난 15일 첫 회의를 했다. 지난 연말 국회에서는 개헌특위와 정개특위를 합쳐 올 6월까지 한시적인 국회 특위를 가동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국회의 이런 태도는 국민의 눈을 의식한 결과라는 점에서 예견된 일로 보이긴 하지만 적어도 국회가 밥값은 해야 하지 않느냐는 자성의 목소리도 조금은 담고 있다. 개헌·정개 특위가 활동하면서 구시대의 정치가 아닌 새로운 정치체제를 만드는 출발점인 개헌 논의가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1987년 6월 민주화항쟁 결과로 이루어진 개헌 이후 30여 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현재의 정치구조와 헌법이 불일치하지 않느냐는 문제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대통령 직선제만 되더라도 사회민주화가 가능하다고 봤던 30년 전의 헌법이 현재 시대를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번 개헌에선 국민기본권 확장, 지방분권의 확대, 권력구조 개편과 같은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하지만, 개헌에 대해선 발의권을 지닌 대통령의 행보와 의중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국회가 올 2월까지 합의를 못해도 대통령이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연동할 수 있도록 개헌안을 발의하겠다는 시간 일정표를 이미 밝혔기 때문이다. 국회의 합의가 어려우면 국민기본권과 지방분권 개헌부터 먼저 하자는 제안까지 하였다. 개헌 내용이 아닌 절차와 시기에 대해서 청와대가 의제를 선점하면서 국회는 더는 개헌논의를 미루기가 어려워진 형국이다. 그리고 구시대의 적폐라고까지 불리는 정치와 구조를 둔 채 사회개혁을 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사실상 개헌을 둘러싼 정치적 부담은 국회로 넘어간 셈이다.

지난해 5월 조기대선 이후 국회가 행정부의 발목을 사사건건 잡으면 각종 국정 개혁은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으냐는 우려가 있었다. 일정부분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졌지만 국민 여론이라는 힘으로 현 정부는 개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즉, 개헌 역시 이런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국민이 눈을 부릅뜨고 있어야 여야가 합의하는 시늉이라도 낼 것이다. 특히 개헌은 자신들의 밥그릇과 운명으로만 접근하는 당리당략이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를 우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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