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이후 각종 사회 지표들은 OECD 회원국들이 기준이 되었지만, 여전히 전 세계 나라를 비교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 것들도 있다. 한국 여성의 정치적 지위와 권한이 대표적이다. 20대 국회에서 여성 국회의원 비율인 16.3%는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세계 평균 19%보다 낮다. 우리와 경제력이 비슷한 이웃 대만이 2016년 선거에서 38%의 여성의원을 배출한 것이 마냥 부러울 지경이다. 또 이 단체가 발표한 2015년 세계 성 격차지수 조사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국 145개 나라 중 115위였다. 이를 입증하듯 광역단체장과 교육감 중 여성은 전혀 없고 기초단체장 중 여성은 4%에 불과하다. 경남은 기초단체장에도 여성이 한 명도 없다.

20여 년 전 1990년대 말 결성된 여성정치민주연대 등 여성단체들은 각급 선거에서 비례대표 확대, 여성 할당 50% 등을 정치권에 촉구하며 여성 유권자 조직을 꾸렸다. 이들의 노력으로 각 정당에서 여성할당제가 일부 도입되었고 참여정부 시절에는 성인지 관점의 정책이 추진되는 등의 변화도 일었지만, 두 번의 보수정부를 거치면서 여성 정치 참여 확대는 아직도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다. 주요 선거 때마다 정치권은 여성의 정치적 권리 확대를 입에 담았지만 대부분 여성 표를 얻기 위한 정략적인 접근에만 치우치는 바람에 공염불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 내각의 여성 비율 30% 공약이 지켜지고 있고, 주요 2개 정당 대표가 모두 여성인 현재 그 어느 때보다 여성을 위한 정치 개혁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는 개헌과 맞물리면서 정치 개혁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여성의 정치적 권한 확대가 정치적으로 악용되지 않게 하려면 이를 명문화한 헌법 개정이 요구되거니와, 이번만큼은 각 정당에서 성평등 공약이 실질적으로 갖춰져야 한다. 최근 도내에서 경남여성정치포럼이 발족하는 등 여성 유권자 운동 단체의 결성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주요 정당의 여성할당제 50%와 비례대표 강화 두 가지만이라도 확립될 수 있도록 여성들의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 여성계도 선거 때마다 여성 정치의 한시적인 목소리를 낼 것이 아니라 상시적인 조직화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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