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 선거 주연 캐스팅 한편의 드라마
분권의지 강한 대표 뽑는 줄거리에 주목

다가오는 경남도지사 선거가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흥미롭다. 요즘 뜨는 드라마들은 캐스팅이 화려하다. 주연에만 의존하는 드라마는 촌스럽다. 각자 캐릭터를 살린 조연이 많을수록 볼거리가 많다. 그들에게도 주연 못지않은 사연이 있고, 얽히고설킨 사연들은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작가가 구석구석 깔아놓은 복선이 드러날 때는 그 치밀한 계산과 고도의 전략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현재 도지사 선거는 어떻게 진행될지 짐작할 수 없는 미스터리물 같다. 자유한국당 박완수(창원 의창) 국회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다. 드라마로 보자면 감독과 배우의 불화로 중도하차한 경우일 수도 있고, 흥행을 보장할 수 없어서 출연을 거부한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홍준표 대표의 캐스팅 실패다.

일각에서는 아직 알 수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상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강력한 경쟁자인 더불어민주당 김경수(김해 을) 국회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다면 박 의원이 다시 나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야말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드라마틱한 상상이다.

그러나 그런 반전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홍 대표는 15일 부산시당 신년인사회를 마치고 나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 의원 불출마에 대해 "경쟁력이 있다고 봐서 출마를 검토해보라고 종용했는데, 경남지사 후보는 다른 대안이 있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또 "선당후사라는 말이 있는데 당이 어려울 때 나서주지 않으면 다음부터 그 사람은 우리 당에서 기회가 없다"고 단언했다. '안대희 카드가 살아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지만, 박 의원에게도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긴급 구조요청(SOS)에 퇴짜를 맞은 셈이니 홍 대표가 박 의원에게 다시 기회를 줄 것 같지 않다. 그러나 이 또한 알 수 없다. 경남에서 이기지 못하면 당 대표직을 내놓아야 할 판이니 괘씸죄가 대수겠는가.

이제 시선은 한곳으로 몰린다. 김경수 의원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캐스팅 전부터 화제를 모은 주연급 인물이다. 그에 대한 기대가 한껏 부풀어있는 것도 사실이다. 민주당으로서는 확실한 흥행 보증수표이지만, 쉬운 선택이 아니다. 하나(도지사)를 얻으면 하나(국회의원)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줄곧 출마에 부정적이었다. 어떤 선택을 하든 압박감이 클 것이다. 김 의원이 이달 안으로 결론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전개가 더딘 드라마처럼 답답하지만 지켜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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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 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화려한 배우가 없어도 탄탄한 줄거리와 구성으로 성공한 드라마도 있지 않은가? 무명에 가까운 단역 배우나 신인을 발굴해 스타로 만든 감독은 또 얼마나 많은가? 새로 판을 짜면 새로운 인물이 주연이 된다. 물론 도지사 선거는 드라마가 아니다. 인물로만 이길 수 없는 게 선거다. 촛불민심을 기억하고, 자치분권 의지가 강한 경남 대표를 뽑는 선거라는 줄거리에 더 주목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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