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여성이 바꿀 수 있다] (상) 경남 여성의원 현황
지역구 도의원 10% 안 돼, 지방정치 남성 쏠림 심각
여성정책 형성 등 어려워, 정당 지원·인식 전환 중요

경남 여성단체들은 지역 여성 현실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했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경기에서 이길 수 없다. 애초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남성 중심으로 기울어진 한국 정치판에서 여성은 아무리 뛰어나도 경기에 나갈 기회조차 없다. 보수 정당이 독점해온 경남에서는 더 심각하다.

경남 여성들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성 정치 참여로 지방의회부터 평평하게 바로잡겠다고 나섰다. 지난 15일 발족한 경남여성정치포럼이 첫걸음이다.

이런 움직임은 자치분권이라는 시대정신에도 걸맞다. 분권이 중앙정부와 수도권에 쏠린 권력을 나눠갖는 것이라면, 여성 정치참여는 남성에게 쏠린 정치권력을 나눠갖는 일이다. 이를 통해 여성 대표성 확보는 물론 정치 다양성과 생활정치 실현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경남 여성 정치세력화가 지방자치에 필요한 이유와 여성 정치참여 확대 방안 등을 지방의회 중심으로 짚어본다.

지난 15일 경남도의회에서 열린 경남여성정치포럼 발족총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소수 여성의원, 절반 이상은 비례대표 = 지방자치가 부활한 1995년 이후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경남에는 여성 국회의원이나 여성 도지사·시장·군수가 한 명도 없다. 지방의회에서 여성의원 비율이 조금씩 늘고 있지만 경남은 전국 평균보다 낮다.

경남도의회를 보면 역대 여성 의원은 5대 4명(전체 의원 대비 4.3%), 6대 2명(3.9%), 7대 4명(8.0%), 8대 6명(11.3%), 9대 9명(16.7%), 10대 8명(14.5%)으로 모두 33명이다. 이들 33명 가운데 지역구 의원은 10명이고, 나머지 23명은 비례대표의원이다. 2006년 8대 의회에서 처음으로 지역구 의원 2명이 당선됐다. 강지연(옛 마산시)·신용옥(김해) 전 의원이다. 이후 지역구 여성 도의원은 9대 4명(강성훈·임경숙·정연희·한영애), 10대 4명(정연희·한영애·양해영·하선영)으로 늘었으나 비율로 보면 10%도 안 되는 수준이다.

기초의회 여성 비율은 전국 평균(25.2%)을 밑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현재 도내 기초의원 전체 260명 가운데 57명(21.9%)이 여성이다. 지역구 의원 225명 중에서는 22명(9.7%)으로 전국 평균 14.6%에 훨씬 못 미친다. 도내 기초 여성의원 절반 이상(61%)이 비례대표의원이다. 18개 시·군 가운데 창원 마산회원구·고성·의령·창녕·양산·함양·합천 7곳은 지역구 여성 의원이 없다.

현재 각 정당은 비례대표로 출마해 당선되면 다음 선거는 지역구로 출마하도록 하는 '비례대표 연임제한' 규정을 내규로 정하고 있다. 그래서 여성의원이 재선하려면 지역구 후보로 정당공천을 받아야 하고, 다른 후보자들과 경쟁을 통해 유권자 심판을 받아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경상대 이혜숙 교수는 "재선 여성의원의 존재는 여성 정치세력화 과정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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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대표성을 높이려면 = 경남에서 여성 정치 참여가 어려운 이유로 보수정당 독점 구조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 교수는 "특정 정당의 지역적 지지 기반이 강한 상황에서 웬만한 여성이슈는 당락에 영향을 줄 수 없다"면서 "경남지역은 보수적인 문화 특성으로 정치권이나 공직 등 사회영향력을 미치는 분야에 여성 진출이 저조한 편"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특히 "지방의회는 성 주류화와 여성정책 변화에서도 중요한 행위자"라면서 "지방의회에 여성의원 수가 적다는 것은 여성문제 해결이나 정책 형성에 불리하므로 지방의회에 여성이 더 많이 진출해 여성 이슈를 부각하고 여성의 욕구를 대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단체들은 여성 정치 참여를 높이는 방안으로 정당과 관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젠더관점의 여성정치인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역할도 중요하지만, 각 정당에서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평등한 정치 환경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남여성단체연합 김상희 공동대표는 "이제 여성의 정치참여 방법에 대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고 했다. 김 공동대표는 "현대정치는 정당정치라고 하는데, 그동안 여성의 정치 참여는 여성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머물러 있지 않았나 반성하게 된다"면서 "지금부터는 더 나아가 여성정책을 제안하고 결정할 수 있는 여성 정치세력화를 정당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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