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한국당 자체 조사 근거로 주장…비공개·사실관계 확인 불가능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각종 공개 석상에서 "경남·부산·울산에서 우리가 이기고 있다"고 주장해 진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 대표는 15일 개최된 한국당 부산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여론조사 기관은 매일 조작된 여론만 퍼뜨리지만 이미 한 달 전 경·부·울 민심 조사에서 우리가 상대 당을 이겼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11월 한 토론회에서도 "여의도연구원(여연·한국당 정책연구소) 조사 결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경·부·울에서 이긴 적이 없었는데 최근 뒤집어졌다"고 말한 바 있다.

12일 한국당 경남도당 신년인사회 분위기 또한 다르지 않았다. 여론조사에 관한 언급은 없었지만 "대구·경북은 압도적 지지세를 유지하는데 내 고향 경남이 흔들리면 되는가.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압승을 하겠다"고 시종일관 자신감을 내비쳤다.

홍 대표 발언에서 알 수 있듯 그의 핵심 근거는 한국당 자체(여연) 조사 결과다. 홍 대표는 "다른 여론조사는 믿지 말라. 여연은 대한민국 여론조사 기관 중 가장 많은 무선전화 번호를 갖고 있다"고 연일 '여론조사 불신론'을 펴고 있다.

여연의 신뢰도는 정치권에서 정평이 나 있는 편이다. 2016년 총선 결과가 대표적이다. 당시 대다수 여론조사 업체는 새누리당(옛 한국당)이 최소 157석에서 최대 175석까지 얻는다고 예상했으나 여연은 130~140석을 전망해 대조를 이루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해 새누리당 전체가 발칵 뒤집혔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세상이 다 아는바, 최종 결과는 122석이라는 참담한 성적과 원내 제1당 상실이었다.

문제는 여연 측이 대부분 조사를 공개하지 않아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는 점이다. 홍 대표 주장에 근접하는 다른 조사 결과가 일부라도 있으면 논란이 좀 줄겠으나 그런 것도 아니다. 한국갤럽·리얼미터 등 주요 기관 조사 결과는 홍 대표 말의 진실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가령 매주 정기적으로 조사를 진행하는 갤럽은, 재작년 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직후 한국당(새누리당)이 더불어민주당을 경·부·울에서 꺾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홍 대표가 "뒤집어졌다"고 말한 시점인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도 마찬가지여서 한국당은 최대 20%, 최하 12%에 머물며 40%를 넘나드는 민주당에 크게 뒤져 있다.

경·부·울에서 민주당과 적게는 20%p, 많게는 30%p까지 격차가 벌어져 있는 셈인데, 아무리 후하게 평해도 '추격 중'이라는 의미 부여 이상은 어려워 보인다.

다만 경·부·울 전체가 아닌 경남에만 국한하면 홍 대표 말이 다소 사실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2018년 새해를 맞아 일부 언론사가 진행한 경남 유권자 대상 조사에서 경·부·울 전체보다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한국당이 기록했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국제신문·리얼미터 지난달 24~26일 조사에서 30.3%를 얻어 민주당(41.5%)을 바짝 추격하는 모습을 보인 데 이어 12월 26~27일 부산일보·갤럽 조사에서도 25.3%(민주당 42.2%)라는 꽤 높은 지지율을 경남에서 획득했다.

가장 최근인 쿠키뉴스·조원씨앤아이 6~8일 조사 역시 민주당 50.7%, 한국당 31.1%로 나름 선전이라 평할 만했다.

홍 대표 말에 딱 들어맞는 조사는 없지만 경·부·울, 특히 그중에서도 경남은 확실히 한국당이 상승세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인용한 조사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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