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율하서 진행된 '돛집 717 프로젝트' 눈길
돛 형태 3층짜리 건물
사람·건축·미술 '공존'
집주인 창의성 돋보여

한 지역민이 자신의 집을 짓고서 이웃과 소통하려고 갤러리를 만들었다.

지난달 김해 율하카페거리 뒤편에 돛처럼 생긴 3층짜리 건물이 들어섰다. 한가운데를 뚫어 정원을 내고 곡선과 직선을 활용해 안팎을 재치있게 구분한 건축물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공부한 디자이너가 설계했다.

이곳 1층이 갤러리가 됐다. 건축주인 배현성 씨가 바나나롱갤러리(부산) 강문주 관장과 협업해 만든 공간, 이름하여 '돛집 717 프로젝트'다. '717'은 집 주소에서 따왔다.

배 씨는 "사람과 건축물, 미술품이 함께하는 집을 갖고 싶었다. 지난달 몇 년에 걸쳐 완공한 집을 이웃에게 선보이면서 이들이 편하게 구경할 수 있도록 그림을 내걸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건물 3층에 산다. 2층은 세를 주는 주거공간이다. 1층은 어떻게 쓰일지 아직 모른다. 집주인이 무엇을 할지, 새 주인을 받을지 결정된 게 없다. 다만 현재 갤러리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집주인이 '돛집'이라고 불리고 싶은 건축물 모습. /이미지 기자

매끈하지 않은 하얀 벽과 군데군데 튀어나온 못, 삐죽 나온 전선 등이 그림과 만나 독특한 분위기를 낸다.

먹과 오일을 이용해 거북이만을 그리는 이구하 작가의 작품과 잘 어울린다.

강문주 관장은 '이구하 PATINA'전을 돛집 717 프로젝트 초대전으로 택했다.

강 관장은 "이구하 작가는 거북이를 그리며 스스로 자신이 누굴까를 고민한다. 거북 '구' 자를 쓰는 이름으로 개명한 후 여러 시련과 아픔을 겪은 작가의 운명처럼 말이다.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한국의 먹을 주매체로 사용하며 시간과 공간에 대한 철학을 담아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집주인이 '돛집'이라고 불리고 싶은 건축물 모습.

최근 몇 주 사이 집주인이 '돛집'이라고 불리기를 바라는 이 공간에 여러 사람이 다녀갔다.

유치원생들은 노란 바탕에 오밀조밀하게 모인 거북이 그림을 좋아했고 중년의 남성은 여백을 잘 살린 작품에 호감을 표했단다.

평일 갤러리를 지키는 강 관장은 이번 프로젝트를 크게 호응했다. 그녀는 "주거와 미술이 이질적이지 않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꼽고 싶다. 건축주의 창의적인 태도로 동네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집주인이 '돛집'이라고 불리고 싶은 건축물 1층 모습. 갤러리가 됐다.

바나나롱갤러리는 이번 김해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를 계기로 부산을 넘어 경남 곳곳에서 다양한 일을 펴고 싶다. '바나나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갤러리의 작품이 관람객을 찾아다니는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배 씨는 "김해 관동로 71번길 7호에 있는 우리 집에서 건축물과 미술품이 만난 색다름을 경험할 수 있다"고 했다.

전시는 21일까지. 화~목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개방하고 금요일은 예약을 받는다. 문의 010-4913-3066.

이곳에 전시되고 있는 이구하 작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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