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에 세상에 나온 이 노래를 처음 접한 건 지난 13일 청소년들이 모여 "학생도 사람"이라고 외치는 토요집회 무대에서다.

'적당히 버무려서 사회로 내보내/ 어차피 상위 1프로 만이 해먹네/ hey(헤이) 그것 참 괜찮네/ 소수한테만 나머지는 대참패/ 대체 왜 그렇게 돌아가는 걸까/ … 학교에서 못 배워/ 학교에서는 딴 걸 배워/ 친구를 밟고 올라서는 방법/ 남들과 똑같아지는 방법/ 적당히 거짓말하는 방법/ 반복 반복 it's a cycle(잇츠 어 사이클)/ 궁금해하지 않는 방법/ 폭력에 익숙해지는 방법/ 몰래 숨어서 조는 방법/ 반복 반복 it's a cycle'.

힙합 가수 일리닛이 작사한 '학교에서 뭘 배워' 가사 중 일부다. 학교교육 비판, 사회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담은 데뷔 앨범 노래 대부분은 당시 지상파 방송사로부터 심의 반려됐다. 다른 노래를 찾고자 일리닛을 검색했고 재밌는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곡 제목처럼 "정말 학교에서 배운 것이 없느냐?"는 질문에 한국과 미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일리닛은 "학교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웠기 때문에 비판적인 노래를 만들 수 있었다"고 답했다. 그가 배운 것이 무엇인지 노래를 다시 반복, 반복, it's a cy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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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집회가 열린 오후 5시 상남동 분수광장은 너무 추웠다. 외투도 장갑도 없이 마이크를 꼭 쥔 무대 위 학생들은 한 자 한 자 찬찬히 다시 일러주었다. 이 노래를 지금의 학교 현실에 갖다대도 전혀 이상함이 없다고. 그리고 취재수첩을 든 나와 눈이 마주쳤을 때는 되묻는 듯했다. 언제까지 이런 걸 학교에서 배워야 하느냐고.

'얼굴도 뜯어고치는데 이런 건 못 고쳐 why(와이)/ … 반복 반복 it's a cy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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