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있지만 치워도 되는 물건쯤인 존재?
최저임금 인상 핑계로 호들갑 떠는 주민

어떤 일을 처리할 때 금전적으로 얼마라는 한도 안에서 해달라는 부탁을 하곤 한다. 법이 정하는 최저임금이란 건 최소한이란 금액인데 그 최소한이 싫어서 경비아저씨를 해고시키는 아파트들이 늘어간다. 해고 찬반 주민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경비아저씨들은 아파트 모퉁이에서 담배를 물지 않을까 싶다.

연세가 있는 분들이 많아서 자식한테 들어가는 돈은 없어도 병원비가 늘어간다. 자식들에게 신세 지지 않고 당신들 생활비를 벌 수 있게 됐다고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그전에 월급 100만 원이란 한도 내에서 일하느라 도시락을 싸오고, 자전거를 이용해서 출퇴근을 한다. 다들 냄새 나서 만지기 싫어하는 음식물 쓰레기통을 닦아내고 또 닦아내도 지저분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매주 목요일이면 수요일 저녁부터 밤새 분리배출을 해놓는다. 새벽교대자와 약속된 시간까지 방치할 수가 없어서, 한밤중 갑자기 분리배출이 생각난 주민이 경비실을 통과할 때마다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주민들이 싫어한다고 이중주차 차량에 스티커를 붙인다. 그 잠깐을 못 참아서 스티커를 붙이느냐고 몰인정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그 잠깐 방치한 순간이 경비아저씨에게 해고의 이유가 된다. 돈 받고 도대체 하는 일이 없다는 주민들의 손가락질이 싫어서 주민 간에 약속한 규칙을 지켜달라고 말하다 욕을 먹는다. 돌아서서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데도 다른 주민이 인사를 하면 겸손한 인사를 한다.

가을내내 비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은 아스팔트에 달라붙어서 떨어지질 않는다. 큰 눈이라도 내리는 날이면 밤새 치우고 일주일 내내 눈을 녹여낸다. 눈을 치우는 줄만 알지 빗자루로 눈을 녹여내는 그 과정을 주민들은 모른다. 눈을 녹여내는 과정이 사람을 얼마나 들들 볶아대는지.

무거운 짐을 손에 든 주민을 발견하지 못하고 경비실에 무심코 앉아있다가 눈치를 받는다. 택배를 받아놓고 아이주민부터 어른주민에게 인사한 세월이 10년이 되어가는데 100만 원 안에서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만둬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투표를 하자고 한다. 인사하면서 같이 웃어서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주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모양이다. 어떤 주민들에게 경비는 치워도 되는 물건쯤이다.

고용조건이 조금 달라지긴 하지만 하루하루 얼굴을 맞대고 살아온 사람인 건데 어떻게 해도 된다는 생각을 망설임 없이 한다. 평당 1500만 원에 살면서 평당 150원짜리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평당 150만 원짜리 인테리어를 하고 평당 150원짜리 마음으로 이사 온 사람들.

주민들에게 경비월급 몇천 원인데 합리적인 잣대를 들이댄다. 한 달에 3000원이면 천년만년 뒤에는 그게 수억 원일 거라고 말한다. 고급승용차에 고급음식을 먹으면서 당장 몇천 원이 없어서 큰일 날 것처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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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돈이 문제가 아니라 그냥 치우고 싶어한다. 아파트에서 경비아저씨라는 가난을 곁에 두는 것에 몸서리친다. 낡은 빌라 밀어버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대한민국의 끄트머리 난간을 붙잡은 사람의 손을 짓이기고 내 알 바 아니라며 손가락을 끊어내려 한다.

그 손이 자기 손인 줄도 모르고 끊어내려고만 한다. 우리가 그런 건데 나는 아니라고 발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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