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 아닌 땀 기억하는 게 스포츠
알아주는 곳서 뛰고 싶은 게 당연
예산 삭감 극단처방만이 답일까

가슴 뛰는 OST로 유명한 권투영화 <록키>의 엔딩이 주인공 록키의 감동스러운 역전승이었다고 기억되는 그런 분들은 오늘 다시 영화를 보시기 바란다. 결과는 상대 아폴로의 판정승이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록키를 패배자로 기억하지 않는 이유는 그가 흘린 땀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스포츠란 그런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작년 말 도의회 본회의에서 모 의원의 경남개발공사 핸드볼팀에 대한 언급은 개인적으로 일정 부분 아쉬움이 많을 수밖에 없다. 경남을 대표하고 경남의 사랑과 관심을 받아야 할 핸드볼 팀이 경남 FC와 이렇게 비교의 대상에 올라야 하는지 일단 의문이고 성격도 다르고 대우도 다른 두 팀이 같은 실적을 낼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에 즈음하여 경남개발공사 핸드볼팀의 어린 여자 선수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재계약의 단두대에 올라 그녀들의 삶을 걸었던 코트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기로에 서야만 했다.

나는 수년 전 잘나가던 '경남 핸드볼 여전사'들을 기억한다. '지원이 먼저냐 실적이 먼저냐'는 '계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의 문제이긴 하지만 나를 믿어주는 곳에서 열심히 일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 아닐까 한다.

그렇게 경륜공단에서 경남개발공사로 인수되던 첫해 그녀들은 태백산기 우승컵을 경남개발공사에 안겨주었었다.

스포츠는 이겼다고 해서 존재의 가치가 있고, 졌다고 해서 존폐의 기로에 있어야 하는 머니게임이 아니다. 물론 이기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보다 그 안에는 경기를 하는 그리고 응원하는 사람이 있고, 땀이 있고, 추억이 있다. 내가 핸드볼을 하는 중학생 아들녀석을 둔 엄마가 아니었을 때도 핸드볼은 그냥 봐도 충분히 스피드 있고 박진감 넘치는 매력 있는 스포츠였다.

경기장으로 가서 단 한 번이라도 뛰는 선수들을 눈으로 직접 보신 분이라면 예산 삭감이라는 극단적인 대책만이 답이 아님을 알 텐데 안타깝다.

작년 도의회와 경남체육회 합해 8억 원의 예산에서 올해는 이보다 6억 원이나 준 2억 원의 책정은 안타까움을 넘어 가혹에 가까웠다. 좋은 선수들은 떠나고, 인원은 부족한 악순환이 경남개발공사 핸드볼팀에 계속되고 있다. 핸드볼 여자 선수들은 남자 선수들과는 또 다르게 대부분 대학진학도 미룬 채 실업팀으로 바로 드래프트되어 들어온다.

어린 시절부터 다른 이들이 알아주지 않는 소위 비인기 종목을 하면서 그녀들이라고 수많은 고뇌가 없었겠는가. '잘 견뎌왔다 잘 해왔다.' 도민들이 엄마의 마음으로 아빠의 마음으로 어깨라도 토닥여주었더라면 떠나는 그 발걸음 덜 서러웠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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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돌려 동계스포츠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가 평창동계올림픽을 개최하기까지 많은 선수의 땀이 있었고 눈물이 있었고 묵묵한 응원이 있었다. 그 응원은 승리를 구걸하지도, 승패에 연연하지도 않고 도전 그 자체에 만족하면서 오늘을 맞이하였을 것이다. 핸드볼을 하는 자식을 둔 엄마로서 도민들께 도의원님들께 무릎 꿇어 부탁드리고 싶어 동계올림픽까지 에둘러왔다. 이제 경남의 핸드볼도 그렇게 봐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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