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분권이다]'부동산정책' 지자체 권한 확대
일률적 기준 적용하는 정부, 정책시장 다양한 사정 반영 어려워
부동산 과열·한파 동시 다발적
지역경제·개발호재·수급상황별
맞춤형 대책, 해결 가능성 높여

국토교통부는 '전국 주택 인허가 현황'을 매달 집계해 발표한다. 국토부는 이를 보도자료로 만들어 누리집에 게재한다.

그런데 보도자료 내 주요 압축 통계는 수도권 지역을 서울·인천·경기로 나눠 세세히 소개한다. 반면 수도권 아닌 나머지 14개 시·도를 '지방'으로 뭉뚱그려 담는다. 경상남도 주택 인허가 수치가 강원도·충청북도 등 전혀 다른 부동산 환경을 띤 지역 수치와 합쳐지는 것이다. 이러한 통계가 과연 유의미하다고 할 수 있을까?

경남도민 처지에서는 단순히 행정 편의적으로 분류한 수치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국토부뿐만 아니라 많은 기관이 여러 부동산 통계에서 이 같은 접근법을 보인다.

이른바 '지방'에 대한 인식 수준을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지역은 "이제 부동산 정책을 각 시·군 맞춤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드높이고 있다.

◇부동산시장 '지역마다 천차만별' = 한국감정원 '2017년 전국 주택시장 결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집값은 전국 평균 1.48% 상승했다. 하지만 전국 17개 시·도별로 들여다보면 천차만별이다.

세종시는 4.29% 상승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이어 서울 3.64%, 강원 2.40%, 부산 2.35% 등 12개 시·도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남은 -1.62%로 전국에서 가장 많이 하락했다. 경남을 비롯해 울산(-1.08%)·경북(-0.90%)·충남(-0.53%)·충북(-0.36%), 5개 지역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또한 국토교통부 '전국 미분양 주택 현황(지난해 11월 기준)' 자료에 따르면, 경남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1만 2122호나 됐다. 반면 세종은 미분양 물량이 하나도 없었고, 서울은 100호 이하였다.

경남은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전국에서 미분양 주택 물량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에서는 "정부 부동산정책은 지역사정을 세세히 담기 어렵기에, 권한을 지자체에 대폭 이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은 경남 도내에 건축 중인 아파트 /남석형 기자

이처럼 전국 주택시장은 지역에 따라 과열·한파를 동시에 띠고 있다. 이는 곧 지역별 맞춤형 부동산정책 필요성으로 연결된다.

국토연구원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국토정책 자료를 통해 '매매·전세 가격은 지역경제 여건, 개발 호재, 지역별 수급 상황에 따라 지역별로 차별화된다. 이에 지역 맞춤형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분양 위험 지역으로 분류된 경남은 △공공부문 택지공급 축소 △건설사 보증 한도 제한 및 심사 강화 △매입형 임대사업 확대 △주택건설기준 심의 강화 등과 같은 공급관리정책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현재 부동산정책은 정부 주도 아래 추진되고, 지자체는 이를 받아들여 수동적으로 이행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특히 정부는 주로 수도권·광역시 동향에 방점을 두고 정책을 마련한다. 이 때문에 경남지역 같은 경우 소외되거나, 오히려 정책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떠안기도 한다. 지난해 몇 차례 나온 정부 부동산정책은 주로 투기과열지구 중심 규제책으로, 경남은 한 발짝 비켜나 있다.

변세일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장은 "시·군·구 단위 이하 정밀 모니터링을 통해 지역 상황에 맞는 부동산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지역경제 여건이 악화한 거제 등에 대해서는 산업 및 고용지원정책과 더불어 주택정책에서도 우선 배려해야 한다"며 지역경제 등을 고려한 종합 주택정책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중앙정부가 지역별로 세분화해 관리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한발 더 나아간 '부동산정책 분권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조명호 강원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역맞춤형 부동산 정책의 길' 연구보고서를 통해 "부동산정책도 지방분권화 필요성과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연구위원은 "전통적으로 정부 부동산대책은 주로 수도권 등 대도시권을 대상으로 한다. 이 같은 정책은 저마다 차이 나는 지방 부동산시장 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자체가 현 제도 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정책수단 활용도를 높임과 동시에, 전매제한·청약기준·농지취득자격 등을 지역에 맞게 적용할 수 있도록 정책수단 개편을 모색해야 한다 "며 분권형 부동산정책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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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제장치 뒷받침된 권한 확대 = 창원시는 지난해 내내 아파트 미분양 증가에 시달렸다. 지난 2016년 10월 17일부터 오는 2월 28일까지 '전국 미분양관리지역'에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시는 '수요를 간과한 무분별한 공급'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현재 주택사업 인허가권은 해당 기초자치단체장에게 주어져 있다.

하지만 재개발·재건축을 제외한 일반 민간아파트 같은 경우, 일정 조건을 갖추면 승인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도내 한 자치단체 주택담당자는 "자칫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며 조심스러운 현실을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결국 민간 아파트는 공급 시장에 맡겨져 있는 셈이다. 단순히 시장 논리에서는 이상할 것이 없다. 하지만 주택 수요·공급 불균형이 지역 전체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조명호 연구위원은 "지자체가 현행 제도상 부동산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정책수단은 제한적이다. 또한 부동산수요가 유동적이라 수요 조절을 위한 정책적 개입도 쉽지 않다"는 현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주택시장 동향과 연동한 신규주택 공급에 대한 도시계획심의 기준 마련, 토지분할 제한 기준 강화, 토지거래허가 구역 등을 활용해 공급 조절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지역들도 있다. 제주도는 지난 2015년 말 부동산투기대책본부를 설치해 '토지거래허가구역 범위 확대' '택지식 토지 분할 제한' '농지기능관리 강화' 등의 대책을 시행했다. 이에 토지거래량 감소, 건축허가 건수 감소 등의 결과를 끌어내기도 했다.

부동산 분야 전문가인 김현아(자유한국당·비례) 의원은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지역 사정에 맞는 부동산정책이 필요하다. 중앙정부가 일률적인 기준을 들이대는 방식으로는 어렵다. 하루빨리 주택정책을 분권화할 때가 됐다고 본다"는 점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즉, 주택정책은 거시금융정책 차원의 금리를 제외하고, 기본계획 수립부터 지역 맞춤형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주택종합계획 같은 경우 획일적인 목차 방식이다. 법에서 그런 목차들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젠 기본 골격만 놔두고 지역 맞춤형으로 계획을 수립하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더 구체적인 제안도 나온다. 조 연구위원은 "부동산정책 가운데 국가 고유 권한인 금융 및 조세제도 외의 정책수단에서 지자체 권한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전매제한기간, 청약 자격요건, 재건축초과이익 환수 기준, 농지취득자격요건, LTV(주택담보인정비율) 조정권한 등을 지자체에 위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지자체 권한 확대에서 큰 우려 지점도 있다. 지난해 10월, 도내 한 자치단체 공무원은 아파트 인허가 과정에서 편의를 제공하고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긴급체포되기도 했다.

이권세력과의 부정 결탁이 이미 곳곳에서 벌어지는 상황에서, 권한을 확대하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는 당연하다.

이에 대해 각 지자체가 현재도 운영하고 있는 도시계획심의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 기능 강화를 통해 견제장치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상철 창신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도 여러 위원회가 있다. 하지만 부동산정책 권한이 지방으로 이양된다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양식있는 전문가들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며 "또한 그 절차·권한을 확대한다면 투명성을 어느 정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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