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보상금 유용 혐의' 부부 "주지가 보관 부탁해"
합의 이면에 표충사 동원 의심…한전 "정치적 고려"

"밀양 765㎸ 초고압 송전탑 공사와 관련해 표충사가 송전탑 경과지가 아닌데도 한국전력공사로부터 특별사업지원비를 받은 건 부적절했다고 본다. 물증은 없지만, ㄱ 씨 부부와 주지 스님 간에 '모종의 약속'이 있었지 않았나 생각한다."

표충사 전 신도회 관계자가 주장한 'ㄱ 씨 부부와 주지 간 거래 의혹'이다. 검찰은 밀양 송전탑 건설 과정에서 한국전력공사가 표충사에 지원한 특별사업지원비를 개인이 유용한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밀양송전탑 경과지 주민들과 765㎸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는 "한전이 왜 표충사에 거액을 주었는지부터 해명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유용 혐의 당사자인 ㄱ 씨 부부는 당시 표충사 주지의 역할을 제기하고 있어 한전 특별사업지원비를 둘러싼 의혹은 커지고 있다.

◇경과지 아닌 표충사에 한전 지원금 = 익명을 요구한 표충사 신도회 관계자는 <경남도민일보>와 통화에서 "밀양 송전탑 문제가 해결되는 시점에 신도회가 송전탑을 다시 반대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한전이 주변정비사업비 지원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표충사가 송전탑 경과지도 아닌데, 이 돈을 받은 건 적절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이 돈은 통도사나 조계종 총무원에 보고도 안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ㄱ 부부와 주지 스님이 어떤 약속을 했는지 모르지만, 한전 돈 2억 8000여만 원이 표충사 법인 통장으로 들어왔다가 ㄱ 씨 개인 통장으로, 다시 표충사 법인 통장으로 왔다갔다했다. 이 과정에서 수사기관이 인지를 했던 것 같다"며 "다만, 이들 부부가 2억 8000만 원을 보관했을 뿐 유용하지 않은 점은 맞다"고 말했다.

389128_296712_1256.jpg
▲ 표충사 대광전 모습/경남도민일보DB

ㄱ 씨는 지난 2013년 송전탑 공사 재개 당시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단장면 한 마을의 이장이었다. ㄱ 씨 부인 ㄴ 씨는 표충사 신도회에 관여했다. ㄱ 씨 부부는 지난 2016년 10월께 한전이 밀양 송전탑과 관련해 표충사 법인 통장으로 입금한 특별사업지원비 2억 8000만 원을 '송전탑 관련 마을 피해 위로금이 들어왔다'고 속여 자신의 통장으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창원지검 밀양지청은 사안이 미치는 파장과 중대성을 고려해 6개월째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이 3자 간 의혹 밝혀내야" = 취재진과 만난 ㄱ 씨 부부는 "표충사 전 주지 스님이 계실 때 송전탑 때문에 데모하러 가거나 할 때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그래서 고마움을 표하고자 한전에 알아보니 사찰 '주변정비사업비 지원'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ㄱ 씨는 "현재 주지가 '절 운영비가 없다'며 한전에 알아봐 달라고 했다"며 "그래서 서류 등을 내가 만들었고, 표충사 직인이 들어간 통장도 만들어졌다. 1차분으로 2억 8000여 만 원이 입금됐다. 그런데 주지가 나 보고 돈을 갖고 있어 달라고 여러 차례 부탁해서 하는 수 없이 내 통장으로 옮기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런데 어느 날 주지가 '감사' 지적을 받았다며, 나 보고 적절하게 해명을 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송전탑 공사 관련 위로금이라고 적어줬다"며 "이후에도 주지는 우리 부부에게 주변사업비 명목으로 한전에 5억 원을 더 얻어달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억 8000만 원을 한전으로 되돌려 주기로 하고 표충사에서 법인 통장을 가지고 오기로 했는데, 가지고 오지 않았다. 법인 통장으로만 입금하면 스님이 판단하겠다 했다"며 "하지만, 그간 과정을 봤을 때 신뢰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입금을 못 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주지는 '파출소에 신고해서 현행범으로 잡아넣겠다'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문제가 커질까 봐 다시 법인 통장으로 입금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표충사 관계자는 "지금 주지 스님이 몸이 아프다. 이들 부부 이야기는 전부 거짓말이다. 검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므로 곧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전 관계자는 표충사 특별사업지원비에 대해 "표충사 신도 다수가 밀양 주민들이다. 신도들이 뭉쳐서 데모를 하면 답이 없는 것 아니냐"며 "송전탑 반대를 했던 이가 신도회장을 맡은 상황에서 정치적 고려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취재 과정에서 만난 단장면 주민들은 경과지가 아닌 표충사에 한전 지원금이 나간데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계삼 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이 사건이 해명되려면 우선 공기업인 한전이 왜 경과지에서 멀리 떨어진 표충사에 ㄱ·ㄴ 씨의 요구만 갖고서 수억 원대 금전을 내주게 되었는가를 해명해야 한다. 현재까지는 한전과 당사자, 표충사 어느 쪽의 설명도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ㄱ 씨 부부가 어떤 배짱으로 법인 통장으로 입금된 수억 원대의 공기업 자금을 그렇게 쉽게 개인 통장으로 이체할 수 있었는지도 문제"라며 "결국 한전과 ㄱ 씨 부부가 사는 마을 합의와 그에 따른 거래에 표충사가 동원된 것이 아닌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이 한전과 표충사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해서 자금 지급과 유용 경위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