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분권이다] (1) 지역 여행
인구 절반, 주요 기업·대학 서울·경기·인천에 몰려 있어
지역민 '인서울' 목표 안간힘…지방자치 26년째 '지역'없어

여행의 첫 행선지는 지역이다. 사람과 일자리, 돈이 얼마나 수도권에 집중됐는지, 지역과 편차는 어느 정도인지 짚어본다. 이런 현실을 지역민은 어떻게 인식하고 반응하는지 함께 알아본다. 그리고 이 현상이 결국 지역 소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일본인 마스다 히로야가 쓴 <지방소멸>의 논거에 따라 분석한다. 하지만 여행이 팍팍하기만 해서야 되나? 이 행선지에서 마지막 만날 주제는 "그래도 흥미롭고 신나는 지역이 있다"는 것이다. 과연 어디일까?

지역 실태 

지역민들이 가장 흔하게 소외감을 느끼는 분야가 문화·예술이다. 문화 격차는 통계에서 바로 확인된다.

2017년 10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곽상도(자유한국당) 의원은 "한국문화예술위 지자체 지원금 중 64%가 수도권에 집중됐다"고 했고, 송기석(국민의당) 의원은 "도서관·박물관·미술관·문예회관·지방문화원·문화의집 같은 문화기반시설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2017년 1월 기준, 전국 문화기반시설의 36.3%는 수도권에 있고, 서울에만 39곳인 미술관이 전국 6개 광역시(인천·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를 합쳐도 28개밖에 안 된다는 근거였다.

예술활동 격차는 더 극명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15 문예연감>에는 문학·시각예술·국악·양악·무용·연극 6개 분야의 지역별 실행 건수를 비교한 '예술활동지수'가 나온다. 서울을 600으로 놓았을 때, 최하위인(세종 제외) 충북은 그 40분의 1 수준이었고, 2·3위였던 경기도와 부산 역시 각각 서울의 4분의 1, 6분의 1 수준이었다. 서울에 특히 몰린 분야는 문학 출판이었다. 전체 문학 출판 가운데 72.5%가 서울에 집중됐고, 경기·인천을 더하면 90% 이상에 이르렀다.

돈과 권력, 사람이 수도권에 집중된 다음 통계를 보면 문화의 서울 집중은 당연하다.

통계청의 2016년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 전국 인구 5127만 명 중 49.5%인 2539만 명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인근 부·울·경의 경우 부산 350만, 경남 340만, 울산 120만 명이다. 돈과 일자리 따라 인구가 몰려든 결과다. 지난달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 사업체 387만 개 중 경기도와 서울이 각각 82만 개로, 인천을 합하면 점유율 50%를 넘는다. 종사자는 전국 2089만 명 중 서울 520만, 경기 465만 명으로 인천을 더하면 55%를 넘긴다. 국토의 12%에 불과한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인구 50%, 100대 기업 본사 95%, 전국 20대 대학 80%, 의료기관 52%가 몰려 있다. 그뿐인가. 공공청사 80%, 정부투자기관 89%, 예금 70%, 지역 내 총생산액(GRDP) 49%, 총사업체 47%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노무현 정부 당시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지낸 성경륭 한림대 교수는 이를 "수도권으로의 파멸적 집중"이라고 표현했다. "수도권 인구 비중이 1960년 20.8%에서 1970년 28.2%, 1980년 35.5%, 1990년 42.8%, 2000년 46.2%, 2016년 49.5%로 늘었다"는 것이다.

지역민 인식

지역 현실에 대한 지역민들의 인식 실태는 어떤가? 문제의식을 갖고 이를 시정하려 할까? 아니면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일까?

주변을 둘러보면 후자의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적은 취직 기회, 낮은 보수, 정치적·문화적 소외 등등 불편을 겪을 때는 '지방 탓'을 한다. 지방자치, 지방분권 등 주체가 돼 벌여야 할 운동에는 무관심하다. 단적인 사례를 보자.

"서성한이, 중경외시, 건동홍숙…." 이게 무슨 말일까? "국숭세단, 광명상가까지…."

대학입시설명회에 가면 흔히 들을 수 있는 표현이다. 학생이나 학부모, 진로 담당 교사들에게 '인서울'을 모토로 서울지역 대학 앞 글자를 고사성어처럼 되풀이한다. 이처럼 인서울이 대학 진학의 보편적 목표가 된 지 오래다. 요즘은 초·중학교부터 주입된다. "지금부터 공부 안 하면 지방대밖에 못 간다 너?" 창원의 한 교사는 "그게 전부 다 직업 간 학력 격차, 임금 격차 때문 아니겠나. 지금처럼 우수한 애들이 서울로 다 빠져나가버리면 지역에 무슨 미래가 있겠나. 걔들 서울 가면 거기서 취직하려 하지 돌아오나"라고 개탄했다.

지역에 살고, 서울이나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싫지만, 현실적으로 서울의 굴레에서,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지방자치를 재개한 지 25년이 넘었지만 수도권 집중은 더 심해지고, 지역민들은 노래처럼 "서울" "서울" 한다. 전북대 강준만 교수는 지역민의 이런 인식에 "지방은 이제 서울 탓보다는 내 탓을 더 해야 한다. 지방의 문제를 지방이 먼저 지적하고 해결해야 한다. 지방의 무능과 부패를 말하는 사람들은 권한이 사람을 성장시킨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같은 맥락의 전투적인 의견도 많다. 다음은 기자가 쓴 관련 블로그 글에 달린 댓글이다. "중앙권력을 깨부수고 지역으로 가져와야 하는데 저런 정신머리를 갖고있는 양반들로는 어림없다. 중앙놈들이 어떤 놈들인데…." "중앙과 싸울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사람은 대개 중앙에 소외됨으로써 피해를 보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저처럼 대개가 힘들게 살고 있습니다. 대놓고 싸울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결국 중앙에 집중된 돈과 권력을 뺏어와야 할 처지기 때문에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당장 화염병 던지고 감옥 간다고 문제 해결이 되진 않겠죠. 지방자치가 현재의 단체자치 수준을 넘어 주민자치로 확대되도록 법과 제도를 바꾸고, 주민의식도 키우고 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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