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벌어 잘살자' 워라밸 세대 등장
자신·성장·휴식 중심에
'일자리 질 개선'우선시
직장인 문화강좌도 증가

10년 차 자동차 제조 회사 생산직인 김민재(31·창원 성산구) 씨는 최근 서핑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한 차례 서핑 경험은 있었지만, 지난해 여름 본격적으로 서핑을 시작했다. 서핑 보드와 웨트슈트(서핑 등을 할 때 입는 옷)를 구입하고 틈만 나면 가까운 부산 다대포 해수욕장으로 향한다.

취미가 일상이 되면서 김 씨는 외국 원정 서핑까지 고려하는 중이다. 일에 몰두하고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벌기보다는, 적당히 벌면서 여가 활동과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시도다.

경남지역 영상 회사에 다니는 이은지(29) 씨는 오는 2월 한 달 동안 동남아시아로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업무가 몰려 야근이 많았던 터라 휴식을 제대로 취하지 못했다. 이번 장기 휴가로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려는 생각이다.

이들의 일상은 2018년 트렌드로 꼽히는 '워라밸' 세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워라밸은 '일과 삶의 균형(work-and-life balance)'을 줄인 말이다. 워라밸 세대는 나 자신, 여가, 성장을 중심에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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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자료사진.

워라밸 세대 부상은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11월 대학생 등 청년(만 18~34세) 16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7년 청년고용정책 인지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조사 대상자들은 정부가 우선으로 '일자리 질 개선(57.3%)'을 추진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우선순위 3위까지 응답한 비중이 높은 항목에서도 '일자리 질 개선(57.3%)'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직장 생활은 삶의 전부가 아니라 여가를 즐기는 수단의 하나라는 인식이 조사 결과에 녹아있다. 퇴근 이후 저녁이 있는 삶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는 설명이다.

문화예술 교육 인기가 꾸준한 흐름에도 워라밸 세대가 한몫을 한다.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점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에 직장인 대상 강좌가 늘어나고 있다. 기존 수요자인 젊은 학부모 이외에 워라밸 세대가 한 축으로 부상한 것이다. 오전에 편중했던 강좌는 직장인 퇴근 시간인 밤 시간대까지 확장했다.

창원시가 지난 2016년 10월부터 2017년 2월까지 벌인 '창원시 문화예술 향유 실태조사'를 보면, 전체 응답자(980명) 가운데 32.8%가 학교 교육 이외에 문화예술 교육에 참여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있다'고 답했다.

다만, 응답자 32.9%는 교육을 받으려고 할 때 '시간이 좀처럼 나지 않는다'를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꼽았다.

가죽 공예 전문 '버킨 레더' 대표 신성환(31·창원 의창구) 씨는 "직장인으로부터 가죽 공예 수강 문의를 자주 듣는다"며 "일과 여가 활동 균형을 유지하려고 취미 생활을 개발하려는 수요가 분명히 늘어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워라밸 세대가 새 경향으로 부상하면서 이들의 수요에 맞춘 사회·경제적 변화도 예상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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