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생력: 스스로 살길을 찾아 살아나가는 능력이나 힘. 문화라는 말에 '자생력'이 곧잘 붙는다. 문화산업의 자생력을 내세운 기치는 여전히 선언적이라, 문화는 여전히 스스로 힘이 없는 듯하다.

<경남도민일보>가 2018년을 끌고 갈 의제로 '이제는 분권이다'를 택했을 때 문화 분권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자생이었다.

"지침이 변경댔대요. 개인전을 열어야 한다고요. 예산을 지원받았으니 무조건 따라야죠 뭐…." 진흥원의 신창작활동 지원을 받은 화가가 부랴부랴 전시할 공간을 찾아다니며 한 넋두리다. "아이러니하지 않아요? 그나마 자생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문화단체 속을 들여다보면 죄다 공모사업만 해요." 국가보조금만 목 빠지게 기다리는 동료를 겨냥해 쓴소리한 예술인의 말.

"공고를 일일이 확인하고 있어요. 올해 무엇을 할지 이제 정해야죠." 레지던시 등 예술인 지원 프로그램만 쫓아다니는 작가를 철새라고 한단다.

문화 분권을 말하고자 했을 때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반대 사례를 보자니 막막했다. 과감히 방향을 틀었다. 희망을 엿볼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고 결정했다. 그렇게 지역 출판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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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 편중된 공연장·미술관이 없이도, 중앙에서 지방으로 내려보내는 예산 '덕'이 없이도 지역이라는 정체성을 한가운데 놓은 출판은 경남뿐만 아니라 부산, 대구, 제주 등에서 각자 사정에 맞게 움트고 있었다. 유등과 남해바래길을 말하고 제주 특산물로 동화책을 내고 문화사랑방으로 변모하는 작은 동네서점 이야기는 각자 힘대로 오롯이 나아가는 문화 분권을 가장 잘 보여줬다. 말 그대로 출판이 지역을 펴서 쓰며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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