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같은 비트코인·부동산·정치판
싸우지 않아도 생존할 토대 마련돼야

한국은 치열한 전장이다. 사회 여러 분야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먼저 돈을 놓고 싸우는 전장을 보자. 비트코인, 가상화폐 혹은 암호화폐를 두고 수백만의 사람들이 '쩐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1년 전에 백만 원 정도 하던 것이 지금은 수천만 원 한다, 누구는 몇백억 원을 벌었다, 말을 하는 순간에도 몇백만 원씩 오르락내리락한다. 이런 수많은 화제를 만들며 세간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곧 다가올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실체도 없는 것에 '돈 놓고 돈 먹기'를 하는 투기 혹은 도박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급기야 정부까지 나서서 거래소 폐쇄를 운운하다가 후폭풍 때문에 갈팡질팡하고 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투자든 투기든, 명확한 것은 돈을 번 사람의 돈은 돈을 잃은 사람의 돈이다. 버느냐 잃느냐, 이 돈의 전장에 뛰어든 사람들은 피 말리는 전투를 치르고 있다.

'비트코인 전장'에 주로 젊은 세대들이 참여하고 있다면, 기성세대들은 여전히 '부동산 전장'에서 전투를 치르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하겠다며 연일 대책을 마련하지만, 백약이 무효인 것처럼 특정지역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하루가 멀다 하며 오르고 있다.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빈집도 많은데 뭐 저렇게 난리인가' 싶을 수도 있다. 집은 많다. 하지만, 살고 싶은 집은 부족하다. 살고 싶은, 혹은 사고 싶은 집에 대한 욕망은 다양할 것이다. 그중 대표적인 두 가지 욕망이 있다. 그 지역에 살아야 자녀가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욕망, 그리고 그 지역의 집을 사면 가격이 꾸준히 오를 것이라는 욕망, 이런 욕망이 집값을 오르게 한다. 정부와 집주인들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집주인들은 한치의 물러섬도 없을 듯한 태도다. 정부가 '부동산 전쟁'을 종식하고 평화를 찾으려고 어떤 병법을 구사할지 두고 볼 일이다.

너무 뻔하지만, 여전히 정치인들은 싸우고 있다. 원래 정치라는 게 서로 다른 의견을 두고 다투는 것이라지만, 싸움의 소재가 자기들 밥그릇이라 문제다. 제1 야당이라는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와 연일 전투를 벌인다. 다소 삐딱하게 보면 문재인 정부를 못 잡아먹어 환장한 것처럼 보인다. 자유한국당 말만 곧이곧대로 듣게 되면 나라가 당장 망해도 쌀 정도다. 전투에서 승리하려면 주도면밀하게 임해야 한다. 그런데 자유 한 국당을 보면 사리분별 없이 술에 취해 동네를 휘젓고 다니며 아무나 붙잡고 시비를 거는 사람 같다. 그러다 된통 당한 대표적인 사례가 'UAE 원전 이면계약'이다. '똥볼'을 찬 정도가 아니라 그 공이 부메랑처럼 되돌아와 자기 얼굴을 때린 형국이다. 제2, 제3 야당들도 매한가지다. 합당을 하네 마네 하며 머리끄덩이 잡고 싸우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한국의 게임회사가 만들어 빅히트를 친 게임의 이름이기도 하다. 백 명의 유저들이 한 전장에 모여 단 한 사람의 생존자만 남을 때까지 서로 죽이는 게임이다. 이 게임이 인기를 끈 이유 중 대표적인 것이 남들과 협업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다. 협업, 협력은 좋은 것이라는 통념 때문이다.

이병욱.jpg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대학생들이 경기를 일으키며 혐오하는 과제가 바로 조별과제다. 모두가 모두와 경쟁해야만 하는 시스템에서 인위적으로 협업을 해야 하는 건 매우 스트레스받는 일이다. 경쟁하지 않아도 생존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어야 세상은 평화로워진다. 세상이 온통 싸움판인데, 모처럼 평화로운 소식이 들린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여하겠다며 남과 북이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경쟁은 게임에서만 치열하게 하자. 현실에서는 서로 더불어 살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