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반발…원청 책임·관리 강화 촉구 방침에 역행

경남지역 기업들이 '크레인 외주화'를 추진하면서 내부에서부터 '위험의 외주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현대비앤지스틸 등 사측이 크레인 운행, 관리 노동자를 외주화하려고 하자 노조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현대비앤지스틸 노조는 크레인 외주화를 거부하고 있고, 또 다른 창원의 제조업체 노조도 크레인 정비 인원 외주화 추진에 대해 사측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비앤지스틸지회는 지난달 27일부터 파업을 벌이고 있다. 장기성 지회장은 지난 5일부터는 단식 농성도 하고 있다. 현대비앤지스틸지회는 지난해 5월 18일부터 해를 넘겨 임금교섭 등을 진행했지만, 크레인 외주화 등의 쟁점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파업과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20일 현대비앤지스틸의 크레인 드럼플랜지 파손으로 와이어가 추락한 사고 모습. /금속노조 현대비앤지스틸지회

지회는 단체협약에 정년 등으로 결원이 발생하면 6개월 전에 채용해 기술 이전을 하게 돼 있지만, 사측이 10명이 일하던 크레인 부서에 정년퇴직으로 2명이 줄었지만 정규직을 채용하지 않고 외주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했다. 앞서 지난 2010년 확약서에서 "앞으로 기계 공정라인에 대해 협력화를 추진하지 않는다", 2012년 노사 합의서에서 "긴박한 경영상황을 제외하고는 향후 공정 협력화를 시행하지 않는다"고 약속을 했지만 이를 저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공장 내에는 천장 크레인 12대가 있고, 정직원 8명, 하청업체 직원 18명 등 26명이 4조 3교대로 크레인 관련 작업을 하고 있다. 지회 측은 "2001년 이후 크레인과 관련해 사망 사고 2번을 포함해 크고 작은 사고가 잇달았다. 크레인에서 무거운 코일이 떨어져 아래쪽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숨지기도 했고, 크레인에 끼여서 협착해 돌아가신 분도 있다. 지난해에는 크레인 운전석에 부딪혀 귀가 절단된 분도 있고, 크레인 파손, 와이어 이탈 사고 등이 있었다. 사고가 난 라인이 대부분 외주화한 곳이었다"고 설명했다.

지회는 크레인 보수 담당 직원도 직영 1명, 용역업체 2명 등 총 3명에 불과하고, 신호수도 없어 사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장기성 지회장은 "크레인 사고는 중대재해와 깊은 관련이 있다. 천장 크레인 밑에서 노동자들이 다른 공정을 진행한다. 정부가 STX조선 폭발 사고 이후 위험한 작업에 대해서는 원청이 책임지라고 했지만, 회사는 역행하는 조치를 하고 있다. 원청이 크레인을 작업해도 사고 위험이 큰데, 외주화하면 위험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창원 모 제조업체도 중량물을 옮기는 크레인 정비 인원을 외주화하려고 하자, 노조가 반발하고 있다. 노조 측은 "현장에서 리모컨으로 조정하는 천장 크레인을 운영하고 있다. 사측이 지난해 6월부터 크레인 정비 인원 정직원 2명을 없애고, 외주화하려고 하고 있다. 외주화를 하면 지금보다 관리가 소홀해질 여지가 크다. 사측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는 2014년 36명, 2015년 49명, 2016년 49명이 크레인 사고로 사망했다고 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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